팩웨스트 27.78%↓, 웨스턴얼라이언스 15.12%↓
재무건정성·수익성 악화 우려로 주가 급락
재무건정성·수익성 악화 우려로 주가 급락

2일(현지시간) 배런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 증시에서는 재무건정성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지역은행들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KBW 지역은행 지수(KRX)는 5.5% 급락했다.
중형 은행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팩웨스트 주가는 전장 대비 27.78% 폭락했다. 이는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파산했던 지난 3월 10일 이후 최대치다.
웨스턴얼라이언스 주가는 15.12% 떨어졌다. 코메리카는 12.42% 하락했고 밸리 내셔널 뱅코프는 이틀 연속 19% 가까이 급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3월 말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40% 이상 줄어들었다. 주가는 2월 말부터 파산 시기까지 97% 폭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팩웨스트와 웨스턴얼라이언스, 코메리카도 같은 기간동안 예금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투자자들이 예금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팩웨스트와 밸리 내셔널 뱅코프는 배런스가 조사한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이 집중된 은행 중 하나다.
대형 은행 주식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 스탠리 주가는 각각 2.1% 와 1.9% 떨어졌다.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한 JP모건 주가도 1.6%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와 경영진은 은행의 잇따른 실패로 인한 추가 피해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리시 카푸어 인베스트코프 공동 대표는 "은행 부문에 대한 2차, 3차 영향이 금융 시장을 압박시킬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라이언 내쉬 골드만삭스 지역은행 주식 전문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면 시장은 약점을 가진 다른 기업을 노리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업 재무 담당자들에게 안전하고 건전하다고 여겨지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한 은행에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뱅크런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파산하기 직전에도 마찬가지로 예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지난 4월 13일 기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예금 자금은 1039억 달러(약 138조8623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파산 후 JP모건이 인수한 예금 규모는 11.45% 감소한 920억 달러(약 122조9120억 원)에 그쳤다.
파산 직전 일주일 동안 주가가 급락하면서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 유출에 따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보유중인 대출채권, 유가증권을 매각해 자산을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은행의 재무 상태와 수익성에 큰 부담을 가져왔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올해 1분기 연준과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의 여러 대출 한도를 통해 단기 자금 조달을 늘렸다. 이들 조달 비용은 시장 금리와 연동돼 연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은행의 순이자수익을 크게 압박했다.
팩웨스트 은행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팩웨스트는 1분기 연준 등으로 부터 차입금을 7배 가까이 늘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산 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채권 매각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과거 저금리 대출이 부실을 떠안고 있어 매수자를 찾기 어려웠다.
JP모건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13% 할인된 가격으로 대출채권을 매입했다.
다른 지역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과 마찬가지로 자산 매각을 추진할 경우 시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 은행의 예금이 다른 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고수익 금융상품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피터 오재그 전 미국 행정관리 예산국장이자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 임원은 2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은행 파산시 예금을 전액 보호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주가 하락과 예금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은행 애널리스트는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이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1일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이후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 또 다른 작은 은행이 있을 수 있지만 거의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은 그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규제당국이 감독 및 규제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3조6000억 원)에서 2500억 달러(약 334조 원) 사이의 중형 은행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크리스토프 웰런 웰런 글로벌 어드바이저 회장은 "그들은 가장 약한 은행에서 또 다른 가장 취약한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공매도자들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예금이 안전한지 의문을 품고 있다. 시장은 가장 약한 고리에 초점을 맞추고 취약한 은행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