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을 살려줄 구명줄이 뜻밖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엔비디아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런스는 5월 31일(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팻 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그토록 갈망하는 턴어라운드 동력이 엔비디아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차례 큰 흐름 놓쳐
한때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경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인텔은 지금은 반도체 업계에서 동네북이다.
인텔의 추락은 우선 애플과 퀄컴에 모바일 시장을 내주면서 시작됐다.
또 AI 붐 속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두뇌 역할을 하면서 이 흐름에서도 밀려났다.
인텔은 또 자신하던 CPU 시장에서도 핵심인 x86 반도체 설계에서 AMD의 고성능 반도체에 밀리고 있다.
이때문에 인텔은 지난 1년 간 반도체 종목들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ETF(SOXX)가 12% 오르는 와중에도 약 30% 폭락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는 105% 폭등했다.
파운드리에 사활
젤싱어 CEO의 인텔 되살리기 프로젝트 핵심은 다른 업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아시아에서 여러 곳에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해 미 반도체 업체들의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는 것처럼 인텔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젤싱어는 4월에도 인텔이 2025년까지는 반도체 제조 기술 1위 자리를 되찾고, 앞으로 4년에 걸쳐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도 여러 핵심적인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공 열쇠는 4개 미 업체
인텔이 파운드리를 통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 업체 4곳에 기댈 수밖에 없다. 퀄컴, AMD, 엔비디아, 그리고 애플이다. 애플을 제외하면 모두 반도체 업체다.
그러나 퀄컴은 인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낮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퀄컴은 당초 인텔에 모바일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것에 관심이 있었지만 인텔의 부진이 계속되지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
애플도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고성능에 초점을 맞춘 CPU 생산업체 인텔과 저전력에 중점을 두는 모바일 반도체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AMD 역시 인텔을 파운드리 업체로 선정할 가능성이 낮다. AMD는 x86 CPU 시장에서 인텔과 직접 경쟁하고 있어 경쟁사에 자사 반도체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구명줄
남은 선택지는 엔비디아가 유일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와 관련해 희망적인 말을 내놨다.
그는 30일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과 중국간 긴장 고조 속에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수많은 고객들을 책임지고 있다면서 공급망 내구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많은 곳에서 생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엔비디아 반도체 대부분을 생산하는 대만 TSMC 외에 다른 곳에서도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TSMC 역시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고 있어 이 시설이 완공되면 미국내 TSMC에 계속해서 주문을 넣겠지만 미국내 파운드리 공장을 갖추게 될 인텔에도 주문이 들어갈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이 주로 자국에서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어 인텔이 엔비디아 파운드리 업체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AI 관련주 폭등세 속에 소외됐던 인텔은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인텔은 전일비 1.45달러(4.83%) 뛴 31.44달러로 장을 마쳤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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