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도시 가운데서도 중국의 특별행정구에 속하는 홍콩이 국외 거주자의 천국으로 통해왔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허브인데다 지난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까지 150여년간 영국령이었던 역사 때문이다.
집값 순위에서도 으뜸이었으나 싱가포르에 최근 순위를 빼앗긴 것과 함께 홍콩의 퇴조를 보여주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인력관리 컨설팅업체 ECA인터내셔널이 최근 조사해 발표한 ‘전세계 국외 거주자 실태’ 보고서의 내용이다. ECA인터내셔널은 지난 50년간 매년 이 보고서를 펴냈다.
◇국외거주자에 물은 결과 뉴욕>홍콩>제네바>런던 순
국외 거주자에게 물가가 비싼 도시 순위. 사진=머서
ECA인터내셔널의 보고서는 전세계 207개 도시에서 거주하는 국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물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음식 값, 공과금, 대중교통 요금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세계 국외 거주자들 입장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로 꼽혔던 홍콩이 미국 뉴욕에 자리를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조사에서 2위를 기록했던 미국 뉴욕이 올해 조사에서 홍콩을 제친 배경은 전세계적인 역대급 인플레이션 속에 그 충격파가 이 도시에서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뉴욕의 월세가 세계 어느 도시보다 치솟은 것이 큰 몫을 했다.
지난해 1위였던 홍콩이 2위로 밀려난 가운데 3위는 스위스 제네바, 4위는 영국 런던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15위→5위 껑충 뛰어올라
국외 거주자 입장에서 제네바와 런던의 순위는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올해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싱가포르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13위를 기록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무려 5위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도시토지연구소(ULI)가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기로 악명이 높았던 홍콩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소국인 싱가포르에 자리를 내준 것으로 나타난 것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스위스 취리히도 6위에 이름을 올려 스위스는 도시 2곳이 상위 10위권에 진입하는 기록을 지난해에 이어 유지했다. 살인적인 물가로 악명 높은 스위스의 지위를 거듭 확인한 셈이다.
이밖에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가 8위를 기록했고 한국 수도 서울은 9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아비브와 서울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각각 6위와 10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5위였던 일본 수도 도쿄는 이번 조사에서 10위로 내려갔다. 1년 사이에 국외 거주자 입장에서 물가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과 도쿄의 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한편, 보고서는 전세계 국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올해 전세계 물가는 평균 15%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역대급 인플레의 여파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확인된 물가 상승률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