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ESG 경영철학’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작심한 듯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인식 확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증가, 저탄소 경제의 중요성 증가 등으로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양상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의 총수이자 전무후무한 글로벌 경제계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명 기업인이 이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머스크가 “ESG는 사악한 것” 비난한 이유
14일(이하 현지 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이날 올린 트윗에서 앞서 ESG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린 한 미국 기자의 글을 공유하며 “이것이 ESG가 사악한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공유한 글은 ‘워싱턴프리비컨(Washington Free Beacon)’이라는 보수성향 정치매체 소속의 아론 시바리움 기자가 올린 것.
시바리움은 “미국의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 글로벌에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이르기까지 최근 발표한 ESG 경영 평가 순위에서 테슬라가 필립모리스를 비롯한 글로벌 담배회사들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어떻게 한 해 8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담배를 만드는 회사들이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보다 윤리 경영을 잘한다고 평가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고, 머스크가 ‘ESG는 사악한 것’이라며 가세한 셈이다.
실제로 S&P 글로벌이 지난 4월 발표한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 순위에서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가 100점 만점에 88점으로 1위, 필립모리스가 84점으로 2위, 임피리얼브랜즈가 42점으로 3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담배 제조사들이 최상위권을 싹쓸이한 반면에 테슬라는 고작 37점이란 점수를 얻는 데 그쳤다. 공교롭게도 머스크가 개인 회사로 인수한 글로벌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성적도 12점에 불과했다.
ESG를 기준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이른바 ‘그린 워싱(green washing)’, 즉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음에도 겉으로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미지 세탁에 몰두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머스크 역시 ESG 경영철학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처음 낸 것은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 다른 기업도 아니라 대표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제품을 파는 담배회사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차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열되고 있는 전기차 보급 경쟁의 명실상부한 선두 주자라서다.
◇테슬라 어떻게 평가받았길래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ESG를 기반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대표적 기관인 S&P 글로벌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의 성적 다양성 △포용적 정책과 저탄소 정책에 대한 참여도 등을 비롯해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평가한다.
친환경차의 대표 주자인 전기차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인 만큼 테슬라는 환경 부문에서는 60점을 얻어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처참한 성적을 얻었다. 사회공헌 항목에서 20점, 지배구조 항목에서 34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워낙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전체 성적도 크게 낮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데일리메일은 “테슬라가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 있는 기가팩토리2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테슬라 창사 이래 첫 노조 결성을 추진하자 올 초 30여 명을 해고한 것 때문에 지면을 크게 장식한 일이 있는데, 이 사건이 사회공헌 분야에서 크게 낮은 평가를 받는 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 배심원단이 테슬라가 직장 내 인종차별적인 괴롭힘을 없애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300만 달러(약 38억3000만원)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난 4월 부과한 일도 있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