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를 소유한 케어링(Kering) 그룹이 킹 조지 3세를 고객으로 두었던 263년 역사의 고급 향수 제조업체 크리드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새로운 뷰티 부서를 구축하려는 케어링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케어링그룹은 구찌를 비롯해 알렉산더 맥퀸, 이브 생로랑 등의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케어링 그룹을 이끄는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자산은 140억 달러(약 18조 2000억 원)에 이른다. 피노 회장은 루이비통을 소유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라이벌로도 유명하다. 두 회사는 명품계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힌다.
샤넬 No.5나 디올의 미스 디올 한 병은 100달러 미만일 수 있지만, 종종 소비자들에게 수천 달러에 달하는 핸드백과 같은 더 비싼 품목으로 넘어가기 전에 첫 번째 명품 브랜드 구매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미용 제품과 향수의 판매가 급격히 반등했다. 인플레이션과 잠재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그 이후 일부 대중 시장 제품의 판매를 압박했지만, 고급 향수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케어링 그룹은 거래 조건을 공개하지 않은 채 크리드를 구매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크리드는 지난 한 해 동안 약 2억 7300만 달러(약 3549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베스트셀러 남성향기 아벤투스로 유명한 크리드는 36개 브랜드 매장을 포함해 전 세계 약 1400개 매장의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고급 향수 부문 매출액 기준으로는 에스티로더가 소유한 영국 브랜드 조말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브랜드다.
아벤투스 한 병의 가격은 약 200달러다. 이 회사는 또한 실버 마운틴 워터 향과 같은 남성들을 위한 다른 향수들도 만든다. 크리드는 2021년 바람꽃이라는 이름의 여성용 향수를 출시했다.
크리드는 제임스 헨리 크리드에 의해 1760년 런던에서 유럽의 왕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하우스로 설립되었다. 조지 3세는 그 해 왕위에 올랐다. 회사의 역사에 따르면, 재단사는 새로운 군주에게 향이 나는 장갑 한 쌍을 보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회사는 1854년 나폴레옹 3세가 크리드를 왕실의 공식 공급자로 임명한 황후 외제니의 요청으로 파리로 이전했다. 이후 고급 향수를 전문으로 판매해 왔다.
한편 케어링 그룹은 올해 초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포멜라토, 케엘린을 포함한 브랜드들의 옷과 액세서리 외에도 향수와 다른 제품들을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뷰티 부서를 출범시켰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