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예산국(CBO)도 지난 2월 사회보장연금 고갈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1년 앞당겨진 2032년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필립 스와겔 CBO 국장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는 사회보장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2033년으로 봤지만, 이제는 1년 앞당겨진 2032년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보장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현행 운영방식 등에 변화가 전혀 없이 유지된다면 앞으로 수혜자들의 혜택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보장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핵심 이유로 40년 만의 최고치에 이른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사회보장 생계비 조정치(COLA)가 8.7%로 책정돼 1981년 이후 최대 폭으로 인상됐고,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사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보장연금 수령 인구 증가율이 근로 인력을 앞지르고 있어 연방정부가 거둬들이는 사회보장 세금보다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이 더 많아졌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연금연구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의 사회보장연금 기금은 2010년을 기점으로 지출금이 납입금보다 많아지기 시작했고, 매년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 위원회는 사회보장연금 재원이 향후 75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약 20조4000억 달러가량 추가로 재원이 확충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 재원 확충을 위해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있으나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가 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세를 통해 메디케어 재원을 확충하려고 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사회보장연금 고갈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스위크가 지적했다. 공화당은 부자 증세에 반대하면서 사회보장 혜택을 줄이자고 맞서고 있다.
미국에서 사회보장에 관한 법령은 연금 지급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올린 이래 지난 40년 동안 개정된 적이 없다. 이 문제는 너무나 뜨거운 이슈여서 정치권이 쉽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은퇴 후 받게 되는 사회보장연금이 은퇴 전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사회보장연금은 월평균 1782달러, 연간 총 2만1384달러로 주 단위로 계산하면 45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미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미국인의 은퇴 전 연평균 소득은 4만7620달러였다. 이는 곧 사회보장연금이 평균 임금의 44.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