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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채식문화 키워드 ‘비건’ 지고 ‘식물성’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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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채식문화 키워드 ‘비건’ 지고 ‘식물성’ 뜬다

'비건'이라는 표현이 퇴조하는 대신 '식물성 고기'라는 표현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악시오스이미지 확대보기
'비건'이라는 표현이 퇴조하는 대신 '식물성 고기'라는 표현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악시오스
영어로 ‘비건’이란 과일, 곡식, 채소 등 식물성 음식만 먹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채식주의자 가운데서도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다르게 보면 동물을 착취해 만든 모든 것의 소비를 지양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 1940년대 영국에서부터 쓰이기 시작해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이 채식문화에 새로운 종류의 식품, 즉 ‘식물성 대체육’이 최근 들어 저변을 크게 넓혀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대체육이란 콩, 대두, 밀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육류 유사 식품을 가리킨다.

10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육의 인기가 비건이라는 표현 자체를 밀어낼 정도로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머 팬시 푸드쇼에서 확인된 새로운 흐름

지난달 25~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3년 서머 팬시 푸드쇼'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서머 팬시 푸드쇼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5~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3년 서머 팬시 푸드쇼'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서머 팬시 푸드쇼


악시오스는 비근한 예로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서머 팬시 푸드쇼(Summer Fancy Foood Show)’라는 음식 박람회를 지목했다.

이 박람회는 전 세계 식품 생산업계, 식품 유통업체, 식품 소매업계와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한편, 식품업계에서 최근 등장한 특수하거나 혁신적인 신제품 또는 차세대 제품을 소개하는 세계적인 플랫폼으로도 유명하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 행사에 출품된 신제품들을 분석한 결과 ‘비건’으로 표시됐을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식물성 대체육’ 또는 '식물성'이란 라벨을 붙여 전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100% 식물성’이란 딱지를 붙인 대체육 제품을 이번 박람회에 들고나온 한 업체는 “요즘 소비자들은 비건보다는 식물성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왜 ‘비건’이 아니고 ‘식물성’인가

비건 쿠키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의 대표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비건이라는 표현은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개념, 동물을 보호하고 육류를 즐기는 문화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개념이 깔린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개념이라면 식물성이라는 표현은 좀더 폭넓은 개념일 뿐 아니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개념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욘드미트 등 대체육 제조업체로 유명한 기업에 투자해 온 스트레이도그캐피털의 조지 림 매니징파트너는 동물을 먹는 것을 죄악시하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에 대한 거부감도 이같은 흐름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채식을 하려는 요즘의 평균적인 소비자들을 기준으로 보면 동물성 제품을 아예 멀리하는 것보다는 육식 소식주의자에 가까운 경향이 있다”면서 “관련 기업 입장에서 비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오히려 채식에 관심 있는 소비자의 폭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식품 가공업체로 최근 식물성 고기 생산업체로 성과를 올리는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의 마리 라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식물성 대체육의 품질이 크게 향상된 것도 큰 몫을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맛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관심이 없다”면서 “소비자들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식물성 고기의 맛을 봤다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겠지만, 그사이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내는 기술이 크게 발전한 것이 대체육 고기의 인기를 높이는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