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야심차 게 개발해 온 미래형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의 양산형 모델이 콘셉트카를 공개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기가팩토리5에서 조립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산형 사이버트럭의 사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리고 그동안 출시된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사양이 사이버트럭에 처음으로 도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양방향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다.
양방향 충전 시스템은 현대자동차가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추진 중인 양방향 충전도시 프로젝트와 관련해 아이오닉5에 적용해 화제를 모은 최첨단 사양이다.
◇사이버트럭 도장 옵션 설명서
16일(이하 현지시간) 벤징가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양방향 충전 시스템이 사이버트럭에 적용됐을 가능성은 테슬라가 최근 배포한 사이버트럭 도장 옵션 안내서를 통해 포착됐다.
양방향 충전 시스템이 사이버트럭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는 한 사이버트럭 마니아가 지난 14일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 구했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이버트럭 도장 옵션 설명서에서 “테슬라 전기차 한 대를 충전하기 충분한 배터리가 사이버트럭에 장착된다”고 테슬라가 설명한 대목이다.
양방향 충전 시스템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한 대를 충전하기에 충분한 배터리라는 것은 양방향 충전 시스템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방향 충전 시스템이란
현대차가 가장 먼저 개발한 양방향 충전 기술은 V2L, V2G, V2V, V2H 등 다양한 형태의 양방향 충전 기술을 지칭하는 것으로 통칭해 V2X(vehicle to X)로 불린다.
X가 어떤 대상이냐에 따라 L, G, V, H로 나뉘는데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를 개발하면서 V2L이라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V2L은 전기차에 충전돼 있는 전기를 외부로 공급해주는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바퀴로 움직이는 거대한 보조배터리인 셈이다. 핸드폰 충전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노트북이나 가전제품의 충전까지 가능하다. 예컨대 캠핑장을 이용할 경우 전력이 필요한 제품이 많은데 V2L 시스템이 탑재된 전기차가 있으면 전기를 끌어다 쓸 필요 없이 전기차 자체로 전력을 공급받는 것이 가능하다.
전기를 공급받는 대상이 전기차라면 V2V가 되고, 지능형 차세대 전력망을 뜻하는 스마트그리드라면 V2G가 되고, 사람이 있는 주택이나 건물이라면 V2H가 되는 식이다.
테슬라의 도장 옵션 설명서에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없으나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사이버트럭에 V2X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같은 관측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테슬라가 만드는 전기차 중에 처음으로 V2X 기술이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인 사이버트럭에 적용되는 셈이 된다.
◇홀츠하우젠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가 공개한 사이버트럭 시제품
도장 옵션 설명서뿐 아니다.
기즈모차이나는 사이버트럭을 설계한 주역인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가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터슨자동차박물관에서 열린 전기차 관련 업계 행사에 참석하면서 끌고 와 공개한 사이버트럭 시제품을 근거로 양방향 충전 시스템이 사이버트럭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홀츠하우젠 디자이너가 몰고 온 사이버트럭 시제품에서 120볼트(120V) 및 240볼트(240V) 콘센트가 장착될 것으로 보이는 콘센트가 충전기 소켓이 확인됐는데, 이는 양방향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
기즈모차이나는 “V2L, V2H, V2G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른 전기차까지 충전할 수 있는 V2V 시스템이 사이버트럭에 장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 단정은 이르다는 지적도
그러나 아직은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가 지난 3월 개최한 투자자 설명회에서 양방향 충전 기술이 사이버트럭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드루 바글리노 최고기술책임자가 “앞으로 2년 안에 양방향 충전 기술을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V2X 기술을 채택할 계획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장 적용할 계획까지는 없다고 설명한 셈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양방향 충전 시스템의 수요가 아직은 강하지 않다면서 양방향 충전 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