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돌풍을 몰고 온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상징되는 기술의 급속한 진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AI로 일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특히 큰 분야가 구체적으로 조사돼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유력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대대적으로 연구‧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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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아시아계‧대졸자‧고연봉자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 1만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2~18일(현지시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전체 근로자의 약 19%가 AI발 고용 한파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학사 학위가 있는 직장인의 27%가 AI 때문에 고용 불안을 겪은 데 비해 고졸 직장인은 12%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여성 직장인의 21%가 영향을 받는 반면에 남성은 17%가 AI발 여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으로 보면 아시아계 직장인의 24%가 AI발 고용 위협을 느꼈다면 백인은 20%, 흑인은 15%, 히스패닉계는 13%가 이 경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를 기준으로 보면 시간당 33달러(약 4만2000원) 이상 버는 일을 하는 직장인이 시간당 20달러(약 2만6000원)를 버는 직장인에 비해 AI발 여파를 경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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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여파 ‘큰 직업들 vs 작은 직업들’
구체적인 업무를 기준으로 보면 기계나 장비를 수리하는 업무, 즉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업무가 AI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일자리로 나타난 반면에 데이터나 정보를 수집해 입력하거나 집계하거나 분석하는 업무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구체적으로는 △예산을 분석하는 업무 △데이터를 입력하는 업무 △세금 납부를 도와주는 업무 △기술적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 △웹개발 업무 △교정 및 교열 관련 업무 △고객 응답 서비스 등이 AI로 대체되거나 AI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는 업무로 바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이발사 △아이 돌보미 △설거지 △소방 업무 △배관공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기사 △청소 △세탁 관련 업무 등은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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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종사자 32% “AI 기술, 업무 처리에 도움”
다만 AI 기술의 진화가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이 적어도 IT 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참여한 IT 업종 관련 근로자들의 32%가 “AI 때문에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기보다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1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