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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럽연합, 공해 주범 ‘패스트 패션’과 전쟁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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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럽연합, 공해 주범 ‘패스트 패션’과 전쟁 나섰다

유럽의회, 패스트 패션 의류 규제 결의안 채택 등 패스트 패션 규제 행보 착수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세계 최대 폐의류 매립지. 패스트 패션 의류를 비롯해 못 쓰는 옷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그린피스이미지 확대보기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세계 최대 폐의류 매립지. 패스트 패션 의류를 비롯해 못 쓰는 옷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그린피스
유럽연합(EU)이 공해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과의 전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주목된다.

패스트 패션이란 저가의 의류를 짧은 기간에 세계적으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패션 의류나 그 업종을 지칭한다. 최근 유행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시장에 쏟아내는 특징이 있다.
급변하는 유행에 맞춰 지속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유통되기 때문에 지구촌 폐수와 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환경오염 원인으로 꼽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유럽의회, 패스트 패션 의류 규제 추진 나서
델라라 부카르트 유럽의회 의원. 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델라라 부카르트 유럽의회 의원. 사진=위키피디아

8일(현지 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유로존에서 유통되는 의류의 내구성을 끌어올리고, 의류의 수선을 용이하게 하고, 의류의 재활용도를 높여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환경오염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정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지난달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의안의 채택 과정에 깊이 관여한 독일 사회민주당 출신의 델라라 부카르트 유럽의회 의원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의류 유통으로 인한 지구촌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랄 수도 없고, 관련 업계가 스스로 규제하기를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의류 관련 대기업들이 지속 가능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EU 차원에서 규제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부카르트 의원은 특히 “지난 2013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의류공장인 라나플라자가 붕괴되면서 10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사태나 패스트 패션 의류로 인한 쓰레기 급증으로 가나와 네팔의 의류 폐기물 매립지가 갈수록 확대되고, 폐수 배출량도 급증하는 문제나 전 세계 해양을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가 합성섬유로 만드는 의류라는 점 등은 이런 규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그동안 기다릴 만큼 충분히 기다렸으니, 이제는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어 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의류, 전 세계 폐수의 20% 및 온실가스의 10% 차지

유로뉴스에 따르면 패스트 패션 의류가 전 세계 폐수 발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도 10%나 차지한다는 것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연구 결과다.

또 패션 의류산업에 쓰이는 면화가 전 세계 농지의 약 2.5%를 차지하고,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 재료를 만드는 데 매년 3억4200만 배럴의 기름이 필요하고, 염료가 들어가는 의류 생산 과정에 필요한 화학물질도 연간 43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문화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전 세계 의류 판매량이 오는 2030년까지 최대 65%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중고 의류가 전 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쓰레기장으로 바뀌는 지구촌의 면적도 갈수록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의류 관련 쓰레기 매립지로 유명한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매립지는 전 세계에서 온 폐의류로 가득 차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에서 의류 쓰레기로 뒤덮인 면적은 미국 뉴욕에 있는 센트럴파크의 규모와 맞먹는 741에이커(약 3㎢)에 달한다.

세계 1위 중고 의류 수입국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서부 가나에도 매주 1500만 벌의 폐의류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