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다우지수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 가상화폐가 와르르 급락하고 있다. 미국 CPI 물가가 "예상밖 폭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디스가 은행 등급을 강등하면서 국채금리 달러환율 등이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반도체 AI 중국 투자 금지 행정명령 발표도 뉴욕증시에 부담이다.
미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8.5%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연말까지 0.25%포인트 이상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25% 미만으로 보고 있어 금리 인상이 거의 종료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뉴욕증시는 은행주의 움직임과 기업실적, 물가 지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제재 등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연준의 9월 행보를 앞두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연준 내에서는 여전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오는 만큼 향후 인플레이션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대중 제재가 지속되는 점도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인공지능(AI) 등 일부 첨단 산업 영역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등 3개 분야의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털 등의 직접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한다.
또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인들은 이들 3개 분야와 관련한 대중국 투자 내용을 미국 당국에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행정 명령에 포함될 예정이다.
S&P500지수 내 기술, 임의소비재, 통신 관련주가 하락하고, 에너지,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자재 관련주는 오르고 있다.
로블록스의 주가는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소식에 19% 이상 하락 중이다.
웬디스의 주가는 분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1% 이상 오르고 있다.
리비안의 주가는 예상보다 분기 손실이 줄었다는 소식에도 4% 이상 하락 중이다.
펜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디즈니의 ESPN과 제휴해 자사의 스포츠북을 ESPN 베트로 다시 브랜드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15%가량 올랐다.
카바나의 주가는 전망치를 상향했다는 소식에도 1% 이상 하락 중이다.
리프트의 주가는 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으로 5% 이상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CPI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SPI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마켓워치에 "시장은 미국 CPI를 앞두고 크게 모험을 감행하려고 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8월 폭풍 전선이 지나간후 밤 동안 위험회피 거래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의 상당수는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이 CPI의 움직임에 격렬히 반응할 것이라는 점에서 CPI 발표 전에 나오는 포트폴리오 관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증시는 일제히 상승 중이다.
독일 DAX지수는 0.69% 오르고, 영국 FTSE지수는 0.89% 상승하고 있다. 프랑스 CAC 지수는 1.00% 오르고, 범유럽지수인 STOXX600 지수는 0.63%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35% 오른 배럴당 84.11달러에, 10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1.14% 상승한 배럴당 87.1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은행 위기가 재부각되면서 가상화폐가 상승세를 타고 비트코인이 한때 3만 달러(3천960만원)를 회복했다.
8일(현지시간)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기준 이날 오후 7시 20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29% 오른 2만9천802달러(3천933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한때 3만200달러(3천986만원)대까지 오르며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으로 3만 달러(3천960만원)를 회복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1.80% 상승한 1천858달러(245만원)를 나타내는 등 주요 가상화폐 대부분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가상화폐의 이런 상승 흐름은 무디스가 미국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종한 이후에 나타났다.
앞서 무디스는 M&T뱅크, 웹스터 파이낸셜 등 미국 10개 중소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내리고 US뱅코프, BNY멜론은행 등 대형 은행에 대해서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통적인 화폐 중심의 은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가상화폐가 대안으로서 다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때와 같은 흐름이다.
당시 SVB 등 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며 시장이 흔들렸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반대로 랠리를 이어갔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앰버데이터(Amberdata) 파생상품 이사 그래그 마가디니는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은행 혼란의 수혜자임이 입증되면서 주식 시장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가 분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은행주 하락에 전날보다 0.45% 하락 마감했다.
중국 경제가 지난달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9일 중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한 외신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가 각각 0.49%, 0.60% 하락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4시 21분 기준 약보합세(-0.06%)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자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0.4%)보다는 선방한 것이지만, 6월(0%)보다 악화한 것은 물론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전망치(-4.0%)보다 큰 4.4% 하락,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CPI와 PPI 상승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물가 하락이 이어지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미루게 되고, 이에 대응해 기업들이 다시 물건 가격을 낮추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그런 만큼 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과거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이번에 발표된 물가 지표로 인해 중국의 성장 전망 및 전통적 부양책의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PPI 디플레이션이 향후 몇 달간 이어지고 CPI 상승률이 내년 말까지 2%로 올라오는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정책 당국의 대응에 달려있다"고 봤고,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 경제 전망에 우려를 더했다면서, 중국 당국을 향한 부양책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기도 했다.
이날 다른 아시아 증시 흐름은 국가별로 엇갈렸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0.53%)와 대만 자취안지수(-0.04%)는 약세인 반면 코스피(+1.21%)와 호주 S&P/ASX 200 지수(+0.37%)는 올랐다.
전날 무디스가 미국 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대거 내린 여파 등으로 은행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던 뉴욕 증시의 경우, E-미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0.105%) 등 3대 지수 선물이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가 전장 대비 0.195 내린 102.333을 기록 중인 가운데, 아시아 주요국 통화도 달러 대비 대체로 강보합세다.
중국 주요 국영은행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고시 환율을 통해 시장에 개입한 영향 등으로 역외위안/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0169위안 내린 7.2206위안을 기록 중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