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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학 학자금 빚 상환 재개 파장…젊은층, 주식·암호화폐 시장 줄줄이 이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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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학 학자금 빚 상환 재개 파장…젊은층, 주식·암호화폐 시장 줄줄이 이탈 예고

고물가, 고금리 사태로 가용 자산 줄어, 젊은 층 선호하는 단타 매매 감소 예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대법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추진한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무효화 판결을 한 탓에 그동안 유예 상태였던 빚 상환이 오는 10월부터 다시 시작된다. 그 여파로 미국 증시에서 젊은 층이 대거 참여했던 단타 매매 (day trading)가 크게 줄어들고, 일부 젊은 투자자들이 아예 주식 시장을 떠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암호 화폐 시장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이 손을 뗄 것으로 예상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지난 2020~2021년 사이에 젊은 층이 대거 주식과 암호 화폐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지난해부터 ‘아마추어 트레이더’들이 시장을 떠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젊은 층 투자자들이 고물가, 고금리 사태로 인해 주머니 사장이 악화한 데다 주가와 암호 화폐 가격 등이 떨어지자 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여기에 대학 학자금 빚 상환이 다시 시작되면 주식 시장과 암호 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위원회(FIRA)와 CFA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18~25세인 Z세대의 56%가 최소한 한 개 이상의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투자 금액은 4000 달러가량이다. 특히 Z세대는 주식 시장에서 펀드보다는 개별 기업 주식과 암호 화폐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자금 빚 상환이 시작되면 호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져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학자금 상환 재개로 미국의 한 가정당 가용 자산이 월평균 180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일부 지역 봉쇄와 경제 활동 중단으로 미국인들이 재정난에 직면하자 2020년 3월부터 대학 학자금 빚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4300만 명이 1인당 최고 2만 달러까지 학자금 관련 대출을 탕감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이 정책을 ‘행정부의 월권’이라며 무효로 했다.

미국 교육부 그 후속 대책으로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뒤 20~25년 이상 장기 상환한 80만 4000명의 채무 390억 달러(약 50조 원)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 연방정부 학자금을 대출받은 뒤, 소득에 기반한 상환 프로그램(IDR)에 등록해서 이미 240~300회 월납금을 상환한 사람들의 남은 대출금을 탕감해 주기 위해 대상자 80만 4000명에게 개별 통보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20~25년 동안 빚을 갚고도 남은 채무가 있다면 나머지 금액을 탕감해 주려는 것이다. 20~25년 동안 빚을 갚고도 남은 대출금이 있다는 것은 소득이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민간 단체인 신 시민자유연맹(NCLA)은 지난 4일 미시간주 동부 연방법원에 바이든 정부의 후속 구제안 시행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 교육부는 이 소송에 강력히 맞서겠다며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는 10월부터 학자금 빚 상황이 시작되면 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가 학자금 빚 상환에 투입됨에 따라 소매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주식 시장은 영향을 덜 받을 수도 있다”면서 “젊은 층이 이미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보았기에 이들이 손을 떼고 싶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학자금 융자 빚 중에서 1만 달러 (약 1300만 원)를 탕감해 주고, 저소득층 대상 학자금 지원 제도인 팰 그랜트(Pell Grant) 장학금을 받은 사람에게는 최대 2만 달러까지 빚을 탕감해 줄 것이라고 밝혔었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중에서 학자금 융자 빚이 있는 사람은 4500만 명가량이고, 이들이 안고 있는 채무가 1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 팬데믹 직전에 학자금 빚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람이 약 800만 명가량으로 전체 학자금 빚 채무자의 5분의 1에 달했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대학 등록금 융자 빚 1조 6900억 달러는 자동차 구매 할부금 빚 1조 2100억 달러, 신용카드 빚 9768억 1000만 달보다 많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