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기차 스타트업 빈패스트가 고속질주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특수목적합병법인(SPAC)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방식으로 나스닥거래소에 진입해 첫 거래에서 254% 폭등한 빈패스트는 이후 폭락세를 거듭하다가 다시 폭등세로 돌아서면서 시가총액이 자동차 업체로는 테슬라에 이어 세계 2위로 뛰어올랐다.
테슬라처럼 대규모 흑자를 내는 것도 아닌, 여전히 적자인 베트남 전기차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이 열광하면서 이상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빈패스트가 이렇게 높은 수준의 시가총액을 유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트로이트 빅3 시총 추월
빈패스트는 지난주 소리소문 없이 폭등세를 탔다.
26일 배런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온통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 뒤 24일 주가 흐름에 몰입한 와중에 빈패스트는 주식 시장 한켠에서 조용히 32% 폭등했다.
24일 하루 32% 폭등한 덕에 주가는 49달러로 뛰었다. 약 23억주 발행물량의 빈패스트는 덕분에 시가총액이 1140억달러에 이르렀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 그리고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디트로이트 전통 자동차 업체 빅3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시총이다.
엔비디아가 전날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24일 하루 시가총액이 약 50억달러 증가한데 반해 빈패스트는 그 날 하루에만 280억달러 시총이 늘었다. 엔비디아는 초반 주가 급등세를 지키지 못하고 강보합세로 마감하는 바람에 시총 증가세가 급격히 약화됐다.
리비안·포르쉐 제쳐
빈패스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폭등세가 시족됐다.
25일 엔비디아가 2% 넘게 급락한 것과 달리 빈패스트는 이날도 38% 폭등했다. 주가는 67.64달러로 뛰어올랐다.
시장 수익률 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0.1%,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가 0.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빈패스트는 68달러에 육박하는 주가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이 1560억달러 수준으로 폭증했다.
시총 1560억달러는 그 어떤 전기차 스타트업보다 높은 시총규모다.
미국 리비안 자동차 시총이 2021년 11월 고점을 찍었을 당시 1530억달러에 그쳤다. 리비안은 지금은 시총이 19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빈패스트는 독일 스포츠카 포르쉐도 시총에서 앞선다. 포르쉐 시총은 현재 약 1000억달러 수준이다.
테슬라에 이어 판매 대수 기준으로 세계 2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의 시총도 920억달러 수준으로 빈패스트에는 새발의 피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만 7200억달러 시총으로 빈패스트를 압도할 뿐이다.
빈패스트는 테슬라 기록도 앞선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테슬라가 창업 17년이 지난 2020년 초에야 1500억달러 시총을 달성한 것과 달리 빈패스트는 고작 6년 전인 2017년에 빈그룹 산하의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을 뿐이다.
게다가 테슬라가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2010년 당시 시총은 고작 20억달러에 그쳤다.
요동치는 주가
빈패스트 주가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배경은 우선 주식 발행 규모가 작은데다 그 대부분을 내부자가 갖고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는 이보다 훨씬 더 작다는데 있다.
SPAC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한데 따른 태생적 한계다.
현재 약 1700만주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 사이에 거래가 조금만 활발해지면 주가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3거래일 동안 거래된 주식 규모가 4000만주를 넘는다.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고작 1.3일에 불과하다.
빈패스트는 이때문에 생산을 본격화가 위한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주식 추가 발행에 나서기도 어렵다. 만약 주식 2000만주를 새로 발행해 10억달러 자본을 조달하려 하면 급속하게 주가가 붕괴할 수 있다.
빈패스트 주가가 폭등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막대한 공매도가 있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빈패스트가 SPAC과 합병한 직후 약 120만주가 공매도됐다. 주가 폭등으로 공매도 압박을 받아 주가가 더 뛰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S3파트너스는 여기서 공매도가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되갚았다가 이후 다시 공매도에 나서고, 갚고, 다시 사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요동치는 빈패스트 주가가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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