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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고환율에 금투자 11년 만에 최고치…‘금테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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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고환율에 금투자 11년 만에 최고치…‘금테크’ 바람

금 가격이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금 가격이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금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에 투자하는 ‘금테크’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 투자와 관련된 이상 징후는 여러 차례 보였다. JP모건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리포트를 통해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2012년 이후 투자자들의 금 투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여러 조짐들로 인해 격상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JP모건은 “투자자들의 금에 대한 투자 비율이 역사적으로 볼 때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라며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국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고를 늘려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감소로 인한 노동시장의 강세로 금 매도 시장이 새로운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만3000건 감소한 21만6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주 수정 예상치인 22만8000건보다 감소한 수치다. 당초 경제학자들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2000건으로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신규 청구 건수에 대한 4주 변동 평균은 22만9250건으로 하락해 전주 대비 수정 평균치보다 8500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변동성을 평준화하므로 노동시장에 대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척도로 간주되고 있다. 이미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계속실업수당 청구 건수 또한 지난 8월 26일 167만9000건으로 전주 수정치보다 4만 건가량 감소했다. 이로 인해 금 거래 시장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12월 금 선물거래는 7일 0.16% 하락한 온스당 1941.10달러에 최종 거래를 마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전한 투자 피난처로 금 투자에 적극적인 나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미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보유 외환의 다각화를 위해 금 보유량을 10개월 연속 늘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7일 금 보유량이 지난달에 93만 트로이온스(31.1g)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약 29t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로 인해 인민은행의 총보유량은 2165t으로 늘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매수에 나서 지금까지 217t 늘었다. 인민은행의 이번 금 매수 행진은 2019년 9월에 종료된 당시 10개월간의 매수 행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중국은 최근 외환보유고 다각화를 위해 가장 열성적으로 금을 구매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무역 결제통화로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의 일환으로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매우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유가 상승과 긴축으로 인한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투자 도피처가 될 수 있다. 더욱이 투자자에게 위험도가 낮은 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CBS뉴스의 금융 저널리스트 안젤리카 라이히트(ANGELICA LEICHT)는 최근 금 시세의 변동과 맞물려, 투자자들이 금을 사들이는 이유에 대해 정리했다.

가장 먼저 인플레이션에 대한 도피처, 즉 헤지가 될 수 있음을 꼽았다.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에 막중한 타격을 주었고, 이것이 최근 금 투자 증가의 원동력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달러 구매력이 약화되는데, 투자자들은 돈이 평소만큼 가치가 상승하지 않아 구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반대급부로 금의 가치는 전통적 통화의 평가절하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금을 추가하며 인플레이션 대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미국 노동시장의 견조함과 국제 원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압박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금 피신’ 속도가 가속화된다는 분석이다.

이어서 잠재적 세금 혜택도 이유로 꼽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상승하는 금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은퇴를 위해 저축하는 경우에는 투자 방법에 따른 세금 혜택이 매력적 옵션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꼽았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다가올 때일수록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 금 투자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기타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요동을 치는 만큼 전통적인 투자에 부정적 영향이 더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안젤리카는 “금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 기간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다른 투자가 흔들릴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시대를 초월한 자산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금 테크 바람이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장기적인 모멘텀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JP모건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한 228.4t의 금을 추가한 반면, 순매수는 2분기에 둔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튀르키예 금 시장의 혼란으로 중앙은행이 판매를 늘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의 금 투자 증가가 미국 달러화의 ‘경제적 무기화’로 인해 미국 통화에 대한 노출 영향이 큰 다른 국가들의 경고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 이런 상황이 진정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증이 없다는 분석이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장기 국채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금이 저조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8월 1% 정도로 하락한 것 또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8월은 30억 달러의 글로벌 금 ETF 유출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추세가 일시적일 수는 있으나 금 가격, 실질 채권 수익률 사이의 보다 전통적인 균형 회복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팬데믹 이전에는 금 ETF 흐름이 금 가격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수요였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중앙은행 흐름이 금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