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여부에 미국 재계는 물론 전 세계 경제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4년 만의 임금협상 시한인 14일(이하 현지시간)까지 협상이 원만하게 끝나지 않을 경우 부분적이든 전면적이든 UAW가 그동안 예고한 대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협상 대상인 3대 완성차 제조업체 GM‧포드자동차‧스텔란티스를 비롯한 미국 재계를 넘어 전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자동차를 만드는 미국 유수의 기업이면서도 UAW와 3대 완성차업체 간 협상 과정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지켜보는 곳이 한군데 있다.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애초부터 UAW와 교섭 대상이 아니었다.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지만 원래부터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UAW가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따라서 UAW 입장에서는 불모지 같은 기업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경영전문지 포춘은 UAW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오히려 테슬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댄 아이브스 “UAW 파업 현실화되면 테슬라에 고스란히 이익”
UAW 파업이 목전에 닥친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월가에서 유명한 기술주 애널리스트이자 테슬라 강세론자로 널리 알려진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이사는 UAW가 예상대로 파업에 들어가면 전기차 사업을 한창 확대하고 있는 빅3 업체에 치명타를 안겨주면서 테슬라에 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브스 이사는 14일 낸 투자 노트에서 “UAW 파업이 현실로 나타나면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전환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3사가 올해 예정했던 전기차 관련 사업들이 모두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를 맹렬히 추격 중인 3사의 사업장에서 파업이 벌어져 전기차 생산이 파행을 겪게 되면 그로 인한 이익은 고스란히 테슬라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다.
‘빅3’ 가운데 한 곳서 10일간 파업 지속되면 1조3000억 손실 전망
실제로 사업분석 전문 컨설팅기업인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GM, 포드차, 스텔란티스 가운데 한 곳에서라도 파업이 일어나 10일간 지속될 경우 해당 기업이 조업 차질 등으로 입을 손실액의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시장 전문 컨설팅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의 샘 피오라니 애널리스트는 “UAW의 파업이 3주 이상 이어져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경우 3대 완성차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3사가 만든 자동차의 가격이 급등하고 UAW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피오라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3사가 보유한 완성 자동차 재고량은 196만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이들이 보유했던 재고량이 400만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자체도 결코 충분한 재고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에릭 고든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과 교수가 “50년 만에 미국 경제계에 가장 큰 충격파를 던질 가능성이 있는 파업 사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좁혀지지 않는 빅3와 테슬라의 생산 단가 격차
빅3와 테슬라의 적지 않은 생산 단가 차이도 빅3가 UAW 파업에 직면하면서 고민에 싸인 이유다.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단가가 워낙 넘사벽 수준이어서 그동안 따라잡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는데 파업까지 벌어지면 그동안 추격한 것조차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테슬라가 현재 전기차 한 대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인건비는 시간당 45~50달러(약 6만~6만6000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빅3의 인건비는 64~67달러(약 8만5000~8만9000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테슬라가 차량 한 대를 만들 때마다 올리는 수익도 빅3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