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와 미국의 빅3 완성차업체 GM, 포드, 스텔란티스 간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노사 양측은 18일(현지시간) 협상을 재개했으나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또한 포드 자동차 캐나다 공장 노동자들이 18일 자정까지 협상 타결을 하지 못하면 파업에 동참한다. 캐나다 자동차 노조인 유니포는 이날 "매시간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UAW는 향후 4년간 36%의 봉급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 측의 21% 안팎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조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핵심 요인으로는 자동차 업체들이 팬데믹 기간에 올린 거대한 수익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꼽힌다. 여기에 고물가 사태로 인해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지고,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졌다.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은 회사가 거둔 과실을 이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이 치솟아 생활비가 급증했기에 노동자가 그동안 희생한데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매리 베라 GM CEO의 지난해 연봉은 약 2900만 달러 (약 385억 1200만 원)다. 이는 GM 노동자의 중위 연봉은 8만 34달러 (약 1억 628만 원)와 비교하면 362배가 많은 액수이다. 짐 팔리 포드 자동차 CEO의 지난해 연봉은 2100만 달러이고, 포드 노동자 중위 연봉은 7만 4691 달러여서 281배 차이가 난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의 연봉은 2480만 달러이고, 이 회사 노동자 중위 연봉은 6만 7789달러로 365배 차이가 난다.
4일째를 맞은 UAW의 파업이 향후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 측은 부품 조달 차질 등을 이유로 일시 해고와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노조 측에 맞대응하고 있다. GM은 캔자스 페어팩스 공장 인력 2000명 가량을 일시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미시간 공장 노동자 600명가량에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스텔란티스는 노조 측과 협상 과정에서 일리노이주 자동차 공장을 비롯해 18개 공장과 관련 시설의 문을 영구적으로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UAW는 현재 파업 규모를 확대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14만 6000명의 노조원 중 파업 참가 인원은 1만 2700명으로 8%가량이다. 미국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참가 노동자는 봉급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UAW가 ‘파업 기금’으로 봉급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주고 있다. UAW는 파업 자금으로 8억 2500만 달러 (약 1조 943억 원)를 확보해 놓고 있다.
UAW 조합원들은 15일부터 미주리주 웬츠빌의 GM 공장, 미시간주 웨인의 포드 공장, 오하이오주 톨레도의 스텔란티스 지프 공장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이번 파업으로 포드 브롱코 SUV, 스텔란티스 지프 랭글러, GM 쉐보레 콜로라도 중형 픽업을 포함해 일부 인기 모델의 생산이 중단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디트로이트에 정부 당국자들을 파견해 양측간 협상을 중재하도록 했다. 진 스펄링 백악관 고문과 줄리 수 노동부 장관 대행은 이번 주 초부터 디트로이트에서 노사 양측과 접촉하고 있다.
페인 UAW 회장은 바이든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CBS와 인터뷰에서 “노조가 대통령에게 말이 아닌 행동을 기대하고 있고,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UAW가 전면적인 파업에 나서면 3~4분기에 걸쳐 GDP(국내총생산)에 1.7%포인트 타격 효과를 줄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 생산은 미국 전체 GDP의 2.9%에 달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파업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파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정확히 누가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