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추석 연휴에 들어가는 시점에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움직임에 국제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가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고, 국채 수익률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뉴욕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해 다우존스 지수를 비롯한 주요 주가지수가 26일(현지시간) 급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106.201을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화 급등으로 지난해처럼 ‘킹달러’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준의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이후 추가 금리 인상과 고금리 장기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매파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6일 미국 경제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끌어내리려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연준이 기준 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튼스쿨 연설에서 "놀라울 정도의 미국 경제 회복력을 고려했을 때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당분간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전날 "내년에도 연방기금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미 의회의 예산안 협상 타결 실패에 따른 연방 정부 업무 셧다운 우려가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국채 가치는 속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6년 만에 가장 높은 4.566%까지 올랐다. 미국 20년물 국채 수익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6일 오후 2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4.87%까지 올랐다. 이는 2020년 5월에 20년물 국채가 미국 채권시장에서 다시 거래된 후 최고치다.
미 국채 수익률과 함께 달러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 지수는 이날 한때 106.2를 돌파해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와 일본 엔화 등이 가치가 속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50원 가까이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6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전일보다 12.0원 오른 1348.5원에 마감했다. 장 중 한때 1349.5원까지 올라 직전 연고점(8월 17일, 1343.0원)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3일(장중 1355.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엔화 가치는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26일 달러·엔 환율은 장 중 한때 달러당 149.04엔까지 상승하면서 150엔 직전까지 갔다. 이는 150엔을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화도 26일 1.0590 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장 중 한때 1.0580 달러를 기록해 지난 3월 16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화도 이날 장 중 한때 1.2168 달러를 기록해 3월 17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과 킹달러 사태는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국적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 등으로 뉴욕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4% 하락한 3만3618.88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1.47% 떨어진 4273.5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57% 빠진 1만 3063.6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지난 6월 9일 이후 처음으로 4300선 아래로 내려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