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숨겨진 수수료' 폐지 추진...유권자 표심 공략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정크 수수료를 억제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현지시간)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숨겨진 수수료를 전가하는 ‘정크 수수료(junk fee)’ 폐지를 위해 수수료 사전 공개 의무화와 은행의 계좌 수수료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은행, 호텔 등 숙박업소, 공연 티켓, 주택 임대 등에 널리 자리 잡은 숨겨진 수수료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숨겨진 수수료로 인해 20% 이상의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전체 수수료를 미리 알 수 있으면 다른 선택지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전에 나서면서 유권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전략에 따라 정크 수수료 폐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품 구매 시 결제 화면에 도달할 때까지 업체들이 숨겨 놓는 수수료, 휴대전화나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할 때 부과되는 추가 수수료 등이 그 대적인 사례이다. 콘서트 또는 스포츠 경기 티켓은 예매 시 각종 수수료가 부과돼 애초 고지된 것보다 많은 돈을 내게 된다. 또 온라인으로 호텔을 예약할 때 표시되는 금액과 실제 프런트에서 결제할 때 내는 금액이 다른 사례가 많다. '목적지 수수료' '리조트 수수료' '편의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유선 및 위성 통신사에 소비자가 실제 이용료를 미리 한꺼번에 알 수 있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최대 30달러인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를 8달러로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호텔·콘서트 등을 예약할 때 요금 전액 표시를 의무화했다. FTC는 정크 수수료가 미국 전역에서 연간 800억 달러 (약 107조 3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컨퍼런스 콜에서 “정크 수수료가 보이지 않는 세금이고, 이것이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정크 수수료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칸 위원장은 “위반자가 민사 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나중에 이용자에게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 판매 취소 사태를 계기로 공연과 관람 티켓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 관행이 정치적인 이슈로 비화했다. 미국 주요 티켓업체들이 주문 금액에 대해 30% 이상의 수수료를 결제할 때 부과해 왔다. 미국에서는 이것이 ‘정크 요금’ (junk fees) 또는 ‘깜짝 요금’ (surprise fees) 등으로 불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콘서트 및 스포츠 행사 티켓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 부과를 중단하고, 업체들이 모든 수수료를 미리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