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10주년을 맞으면서 각계각층에서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체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글로벌 정세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던 중국의 이미지를 미국에 맞서는 ‘G2’의 한 축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참가국들의 경제 사정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미국을 중심으로 위기감을 느낀 서방의 견제를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 루트로 연결되는 육상 실크로드와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 루트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를 양대 축으로 삼고,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항만·공항 등 각종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경제 성장을 유도한 다음, 경제 분야를 포함한 포괄적 협력을 강화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과 이들 국가의 상호 투자는 누적 3800억 달러(약 510조원)에 달한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백서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20개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으며, 17개 국가와 위안화 거래를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까지 중국 채권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정부가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 ‘판다본드’의 발행 건수는 99건에다 발행 금액이 1525억4000만 위안(약 28조2300억원)에 이른다. 일대일로 테마 채권도 총 46건에 527억2000만 위안(약 9조76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부채의 덫' 빠진 개도국들…미국&서방 견제 수위 높아져
하지만 일대일로 참여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무리한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가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서면서 ‘상호 동반성장’이 아닌 중국의 배만 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스리랑카의 경우 2010년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들여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지만, 계속된 적자에다 차관 상환에 실패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결국 2017년 항구의 지분 일부를 중국 국영기업에 매각한 데 이어, 항만 운영권까지 중국에 넘겼다.
중국에 우호적인 파키스탄도 일대일로에 참여하며 빌린 차관 때문에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파키스탄의 해외 부채 중 3분의 1이 중국에서 빌린 돈이다. 잠비아·케냐·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이렇게 확보한 해외 각종 인프라의 일부를 자국의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군사적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금융지원 정책이 준비가 안 된 개도국들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을 향한 미국 등 서방의 견제도 강화됐다. 특히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미국의 패권 도전국으로 상정한 이후 강력한 중국 압박에 나섰다. 최근에는 인도와 중동, 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을 내놓으며 일대일로에 맞불을 놨다.
유럽연합(EU)도 오는 2027년까지 동남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 발전 등을 위해 총 100억 유로(약 13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중국을 견제하는 행보를 보인다. 특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온 이탈리아는 중국에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
한편, 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는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어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서방의 압박을 견제하는 데 한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이번 정상 포럼에 불참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2회 정상 포럼까지 참가했던 한국도 올해는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