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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 천연가스 생산 중단…유럽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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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 천연가스 생산 중단…유럽에 불똥

가자지구 전쟁이 유럽의 겨울나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이미지 확대보기
가자지구 전쟁이 유럽의 겨울나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 사이의 무력 충돌이 유럽의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자국 해안에서 천연가스 생산을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 이스라엘은 유럽의 액화 천연가스(LNG) 주요 공급원 가운데 하나여서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석유 메이저인 미국 셰브론은 이스라엘 해상 가스전 '타마르'의 가동을 중단했다. 타마르는 이스라엘 해안에서 약 25km 떨어져 있다.

이 조치는 로켓 및 수상함 공격과 수출 파이프라인 폭파에 대한 우려에 대응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유럽 리서치 회사인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2022년 타마르의 생산량은 102억 5만㎥(LNG 환산 약 750만t)다. 한국의 연간 LNG 수입량의 약 16%에 해당한다. 셰브론은 타마르의 지분 25%를 소유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거의 생산하지 않았던 이스라엘에게 해상 가스전의 발견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타마르는 2009년에 발견되어 2013년부터 생산을 개시했다.

이 외에도 '리바이어던' 등 여러 가스전이 발견돼 현재 이스라엘은 연간 약 210억㎥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타마르와 리바이어던이 각각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자원 부국화로 인해 가스 생산 이전 최대 규모였던 석탄 화력발전 비중은 현재 약 20%로 줄어들었고 가스 화력발전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화에 대한 우려


타마르의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이스라엘 국내외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스라엘의 전력 사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업 수도인 텔아비브는 ‘중동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릴 정도로 IT(정보 기술)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그만큼 전력 수요도 늘어나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짙다.

중동과 유럽으로의 수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연간 생산량의 40%에 해당하는 약 90억㎥를 이집트와 요르단에 수출하고 있다.

타마르 원전 가동 중단과 치안 악화에 대응해 셰브론은 약 90km에 달하는 이스라엘·이집트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출을 중단했다.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요르단을 경유한 우회로를 이용할 방침이다.

이집트는 수입하는 가스를 국내에서 소비할 뿐만 아니라 LNG로 가공하여 유럽과 아시아로 재수출한다. 국제가스연맹(IGU)에 따르면 이집트는 2022년 총 약 730만 톤의 LNG를 수출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한 달 치 LNG 수요에 해당하는 양으로 이집트로부터의 수출 감소는 유럽 가스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유럽의 LNG 가격은 최근 8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주말 종가는 다소 떨어졌지만 하마스의 공격 직전보다는 30%가량 높아졌다.

석유 회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에너지 투자를 재고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동부 지중해에서는 지난 10~15년 동안 많은 해상 가스전이 발견됐다. 여기서 생산된 가스는 해저 파이프라인과 해상 LNG 플랜트를 통해 유럽으로 전달된다.

가자지구의 분쟁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타마르와 리바이어던 외에도 레바논과의 해상 국경 근처에는 또 다른 가스전이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벌어지면 이곳 가스전도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