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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알파고 주역이 ‘인공일반지능’에 조심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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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알파고 주역이 ‘인공일반지능’에 조심스러운 이유

알파고의 주역인 셰그 레인 구글 딥마인드 수석 과학자. 사진=구글 딥마인드이미지 확대보기
알파고의 주역인 셰그 레인 구글 딥마인드 수석 과학자. 사진=구글 딥마인드
“앞으로 5년 안에 인공일반지능(AGI)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50대50이라고 본다.”

알파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셰인 레그가 최근 던진 말이다.
알파고는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알파벳 계열의 인공지능 전문업체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이세돌 바둑프로 9단과 벌인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AGI란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AI를 가리키는 것으로, 미국의 오픈AI가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생성형 AI '챗GPT'의 바통을 이어 출현할 수 있을지에 과학계와 산업계의 초미의 관심이 쏠린 뜨거운 주제다.
챗GPT의 주역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AGI가 등장하면 인류의 풍요함이 늘어나고, 글로벌 경제가 더 성장하는 등 인류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AGI 개발의 필요성을 앞장서 강조한다.

실제로 오픈AI가 지난 7월 미국 특허청에 ‘GPT-5’라는 차세대 생성형 AI의 상표권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는 가운데, 전 세계 IT 업계는 대체로 챗GPT가 GPT-5로 진화할 것이며 GPT-5는 결국 AGI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1일(현지 시간)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매체 퓨처리즘은 AI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전문가인 레그가 AGI가 5년 안에 등장할 가능성을 50대50이라고 예상한 것의 의미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5년 안에 AGI가 출현할 가능성이 적어도 50%나 된다는 뜻이 될 수 있는 반면, 반대로 5년 안에 AGI가 등장할 가능성도 50%밖에 안 된다는 예측도 될 수 있어서다.

“5년 안에 AGI 등장할 가능성 50대50”


레그는 지난달 27일 IT 전문 팟캐스트 채널 ‘드와르케시 팟캐스트’에 출연한 자리에서 AGI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레그가 AGI에 대해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부터 AI가 사람의 지능에 맞먹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 가능하며, 구체적으로는 오는 2028년께 현실화될 가능성이 50대50이라고 공개적으로 예상한 바 있기 때문이다.

레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동안 해왔던 예측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그러나 퓨처리즘은 더 자세히 들어가면 레그의 전망이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신중론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간단치 않은 AGI 검증 문제


AGI에 관한 레그의 입장이 신중한 쪽에 가깝다고 보는 첫째 이유는 AGI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레그는 “넓게 보면 AGI의 개념은 인간의 지능이라는 개념에 기초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AGI는 복잡다단한 인간의 지능을 기준으로 한 개념이기 때문에 AGI를 검증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명시적 기억’ 능력을 검증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명시적 기억이란 의식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억으로, 특히 이 가운데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억을 말하는 ‘에피소드 기억(episodic memory)’이 중요하다.

레그는 “AI가 AGI로 진화했는지를 검증하려면 에피소드 기억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이것을 판단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드와르케시 파텔이 AI의 발전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비디오게임 마인크래프트가 흔히 활용되는 것을 거론하면서 "AI가 AGI로 발전했는지 여부를 한 번에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냐"고 질문하자 레그는 “한 번에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진행자가 마인크래프트를 언급한 것은 이 게임이 사용자가 캐릭터를 수동으로 움직여 건물을 짓고 파는 재미를 추구하는 ‘개방형’ 게임이란 점에서 AI 기술의 진화를 검증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레그는 “AI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AGI로 진화했는지를 확인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천문학적인 전력과 물 수급 문제


천문학적인 규모의 전력과 냉각용 물을 공급하는 문제도 현재의 AI가 AGI로 발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고 레그는 지적했다.

AGI에 가깝도록 AI를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정확히 말하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 학습되는 초대형 딥러닝 모델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시점에서도 가공할 양의 전기와 물이 필요한데, 이를 AGI로 진화시키려면 이미 천문학적인 수준의 전력과 물 공급을 더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LLM의 규모가 커질수록 소비되는 에너지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다. 이를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설사 기술적으로 가능은 하더라도 한정된 에너지를 공정하게 배분하고 사용하는 측면에서는 앞으로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레그는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가 올 초 발표한 AI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의 기반인 GPT-3 언어모델 학습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조사한 결과 무려 1287MWh의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502톤으로 추산됐다. 이는 평균적인 세계인이 100년간 배출하는 양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