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식시장, 채권시장 모두 큰 반등을 보였다. 시장은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경매 규모를 예상했던 물량보다 더 적게 발표함으로써 반등 모멘텀을 얻었다고 본다.
물론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경제지표의 둔화 그리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듯한 발표에 따라 하락세가 가속화되었지만, 결정적인 촉매제는 미 재무부의 조치였다고 보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일부 분석가들은 주로 견고한 미국 경제와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제시한 단기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그 원인으로 주장했다.
또 다른 이들은 국채의 수급 불균형이 주된 요인이라고 보았다. 최근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에 필요한 장기 국채 경매 규모가 늘어나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되는 모양새였다.
어떤 것이 정답이든 간에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간과되었던 미 재무부의 분기별 차입 계획 발표를 시장의 중요한 모멘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장기 국채 경매 물량에 대해 예상보다 작은 확대를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단기 국채 발행액 규모에 대한 비공식적인 가이드라인도 기꺼이 무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단지 달러 발행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가의 예상치와 미 재무부의 발행 계획상의 차이는 적었지만,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알게 된 점을 근본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전형적으로 미 재무부는 국채 발행 전략에 대한 점진적인 변화가 사전에 (시장에) 잘 전달되도록 하는 등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매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는 미 재무부가 시장의 간절함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 연준도 이틀간의 FOMC 정책회의를 마치면서 예상했던 것처럼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지난 9월 발표한 정책 성명에서 채권수익률 상승을 금융긴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새로운 언급을 한 바 있다.
아넥스 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제이콥슨은 "정말로 놀라운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재무부의 차입 계획을 발표했고, 그다음 연준은 현 기준금리 동결 추세에 있다고 시사함으로써 시장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뉴욕의 맨하튼 월가 전역에는 안도감이 퍼졌다.
S&P500의 주간 상승은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7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구간 진입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더욱 기쁜 소식이 됐다.
부동산 및 정보 기술과 같이 채권 수익률 상승에 특히 민감한 업종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그 업종 지수는 2023년 14% 상승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워싱턴 밖 친시장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으로는 이번 시장 랠리를 지속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우선 이번 주에는 월트 디즈니와 주택 건설기업인 D.R. 호튼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일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월가의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미 재무부와 연준 모두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전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 재무부는 가능한 낮은 조달 비용을, 미 연준은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각자 관심과 목표를 둘뿐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부채 등에 대한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수준의 이자율이 경기를 망치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소비 지출을 억제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예상보다 부진한 지난주 경제 데이터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로 인해 미 국채 수익률의 하락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3분기에 4.9%의 놀라운 속도로 경제가 성장한 것으로 발표되자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상승세를 피하기 위해 은근 경기 둔화를 기다려 온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균형은 매우 예민한 부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3일 발표된 고용보고서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한다. 실업률이 예상 밖으로 상승했고, 임금 상승 업종들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고금리가 미국 경제를 따라잡아 불경기의 늪으로 인도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여름 약간 떨어지는 듯하다 다시 최근엔 급상승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것처럼 다른 투자자들은 특히 지난주 채권시장의 랠리로 인해 차입 비용이 다시 떨어지며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고정 수입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소날 데사이는 "잠재적으로 지난 며칠간 목격한 시장의 랠리는 과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미 국채가 시장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계속 지지 받는 힘들다"며 "재정적자 규모를 볼 때, 미 재무부가 할 수 있는 수준에는 절대적인 한계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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