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사실에 근거한 소식일까. 사실이라면 어떤 사정이 있길래 그런 것일까.
WP는 최근 기사에서 “딜러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부상했다”고 한마디로 분석했다.
딜러 상들이 전기차 보급에 소극적인 이유
이 문제는 제조업체가 직영점이나 대리점을 통해 신차의 가격과 선택사항을 직접 결정해 판매까지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제조와 판매가 사실상 분리돼 있는 미국의 자동차 거래 문화와 직결돼 있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정하지만 실제 거래 과정은 딜러 업체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다. 권장소비자가격 이상으로 파는 것도 이하로 파는 것도 딜러 상들의 재량이다.
전기차의 경우 국가 차원의 정책과는 상관없이 판매가와 옵션 등을 자체적으로 정해 최종 소비자와 거래하는 딜러업계가 유통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그만큼 소비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WP는 “다수의 전기차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전기차 보급의 최전선에 있는 딜러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대다수의 공산품은 소비자가 제조업체의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자동차는 지난 1940~1950년대부터 널리 확산된 딜러 상을 통해서만 사실상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그 이후 법적으로 보장한 것과 직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딜러 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거대 완성차 업체들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수 주 정부가 제조업체의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어 시행해 왔는데, 오늘날에는 이 법의 취지가 변색해 자동차의 최종적인 유통에 관한한 딜러 업체들이 제조업체보다 영향력이 큰 존재로 바뀌는 결과를 낳았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GfK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6월 신차를 구입한 미국 소비자 가운데 무려 80%가 제조사가 정한 권장소비자가격 또는 권장소비자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산 것으로 확인된 것도 딜러 상들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딜러와 흥정을 통해서나, 딜러 상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종종 제공되는 할인 혜택으로 저렴하게 새차를 구입할 수 있었던 딜러 시스템의 장점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고조됐다.
이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온라인에 기반한 직접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오프라인 딜러들에게 판매를 모드 맡기는 방식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딜러 상들이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정부 차원의 공격적인 전기차 육성정책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이유다.
美 딜러 업체 30% “수급 문제없어도 전기차 취급할 생각 없어”
현재 미국에서 영업 중인 딜러 업체는 1만6000여곳으로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이들을 통해서만 신차를 판매하고 있으나 전기차에 관한 딜러 업체들의 이해도 자체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WP는 “딜러 상을 통해 전기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물은 결과 전기차에 관한 기본교육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손님을 맞는 경우가 매우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WP는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으로 매장을 찾은 손님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면 경우도 흔할 뿐 아니라 전기차를 사러 온 고객에게 내연자동차를 권유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내연차에 비해 기술적으로 복잡한 전기차의 특성과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복잡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도 딜러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에 소극적인 배경으로 지적된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아예 전기차를 취급할 생각이 없는 딜러 상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유명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이 지난해 말 미국 전역의 딜러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업체의 무려 66%가 전기차 재고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WP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딜러 상에 대한 제조사의 전기차 신차 공급에 문제가 컸던 것도 한몫을 했으나 여전히 응답업체의 30%가 수급 문제가 없더라도 전기차를 취급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전기차 보급에 딜러업계가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