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지 배런스는 “연준이 물가를 2%대로 끌어내리려는 노력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10월 CPI는 연준의 정책이 먹혀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내년 6월에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다시 내리는 피벗(정책 전환) 가능성이 57.6%,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36.9%, 동결 가능성은 0.1%로 집계됐다. 이는 곧 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기준금리가 현 수준으로 지속되다가 내년 6월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로 2021년 9월(4.0%)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내려갔다. 전월 대비로도 0.2% 올라 9월 상승률(0.3%) 대비 둔화했다.
하지만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준 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순탄하게 둔화하는 경로를 보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바킨 총재는 "인플레이션 수치들이 하락했지만, 하락 폭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 시기 가격 급등을 부분적으로 되돌린 데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10월 CPI가 꽤 좋아 보이지만, 2%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날 한 웨비나에서 "인플레이션은 2년 넘게 목표치인 2%를 웃돌았고, 지금도 2%를 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확실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메스터 총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겠다고 한 목표에 의심의 여지가 없고, 우리가 그 일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hard landing), 연착륙(soft landing)이 아니라 ‘무착륙(no landing)’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재부상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34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노 랜딩’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경착륙은 롤러코스터처럼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착륙은 경기가 고성장에서 급격한 경기침체나 대규모 실업사태 없이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연착륙과 경착륙은 착륙(경기 하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무착륙 시나리오는 미국 경기가 꺼지지 않고 고공 비행을 계속하는 상태를 말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