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국면에서 크게 위축됐던 국제여행 수요가 코로나 사태가 막을 내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당분간 고공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관계 당국은 이례적인 급등세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정상적인 가격 인상이라도 소비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도 이번 조사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 ‘이례적’ 항공권 가격 급등 조사 착수
아디나 발리안 EU 교통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여름 기준 유로존의 항공권 가격이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적게는 20%, 많게는 30%나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항공업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항공권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린 원인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발리안 집행위원은 “역내 항공사들로부터 항공권 가격 인상과 관련한 소명자료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U 집행위가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 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발리안 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시장 불공정 행위나 항공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지 등을 살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발리안 위원은 “우리가 개별 항공사의 가격 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급격한 가격 인상이 EU 회원국 간 원활한 항공 여행에 지장을 준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강조해 이를 뒷받침했다.
EU 집행위는 특히 섬을 비롯한 도서 지역에 속하는 곳에서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급격한 항공권 가격 인상이 미칠 여파에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 수급 불안이 가격 급등 배경
FT에 따르면 유로존 항공사들이 일제히 항공권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항공 여행 수요는 급증한 반면에 가동할 수 있는 여객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여행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상당수 항공사가 운행하는 여객기를 대폭 줄인 것이 여객기 부족 사태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역대급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항공기 연료비와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발리안 위원도 “여행수요는 급증한 가운데 여객기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항공권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 항공사들 ‘즐거운 비명’
그러나 독일의소리(DW)에 따르면 유로존 항공사들 사이에서는 즐거운 비명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시장 여건의 변화로 영국항공,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등 주요 항공사들이 지난여름 기록적인 이익을 냈고, 당분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탑승객 기준으로 유로존 최대 항공업체로 알려진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경우 올 회계연도에 무려 21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포스트 코로나 여행수요의 폭발로 유로존 항공업계의 올해 수익이 전년 대비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