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대통령 당선자, 중앙은행 폐쇄·달러화 전환 공약 추진 예고

그러나 미국의 주요 언론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달러화가 실제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미에서 브라질·멕시코에 이어 셋째로 경제 규모가 큰 아르헨티나가 페소화를 버리고, 달러화를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비즈니스 등이 지적했다.
자국 화폐를 버리고 달러화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엘살바도르·에콰도르·파나마 등이다. 이들 국가는 아르헨티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 규모가 작다. 지난 2021년 기준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은 4872억 달러,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는 각각 1062억 달러와 287억4000만 달러다.
밀레이 당선자는 대선 캠페인 연설에서 페소가 "똥만도 못하다(not worth excrement)"며 "절대로 사용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이 쓰레기는 비료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CNN 비즈니스는 “아르헨티나가 페소 대신 달러화를 사용하면 중앙은행의 발권 기능을 포기하고, 이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넘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특정 국가의 정부가 국채 디폴트 사태를 피하려고 통화 발행을 포기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물가가 폭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외부로부터 경제적 충격이 왔을 때 자국 화폐가 없으면 통화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NN 비즈니스는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별로 없어 이를 달러화로 교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페소를 달러로 바꾸면 현재 40%에 달하는 빈곤율이 치솟을 수 있다. 게다가 페소를 달러로 바꾸려면 외환보유액이 있어야 한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100억 달러 적자 상태에 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440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아 놓았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고갈된 상황에서 6220억 달러 규모의 경제를 달러화하면 이것이 또 한번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연간 150%에 달해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해외시장에서 국채 발행도 막힌 상태다. IMF의 서반구 국장 출신인 이코노미스트 알레한드로 베르너는 "달러화를 추진하려면 자본시장에 접근해 페소 전체를 달러로 바꿔야 한다"면서 "아르헨티나는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밀레이 당선자가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페소 대신 달러화를 사용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아르헨티나 의회에는 다수당이 없다. WSJ는 “의회가 페소 폐지안을 가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의회의 벽을 넘으면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호라시오 로사티 아르헨티나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엘 파이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페소를 다른 나라 통화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자유주의 경제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는 아르헨티나의 달러화 전환이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법정 통화를 달러화로 바꾸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물가를 안정시켜 아르헨티나 차기 정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개혁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