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종종 걸림돌 역할을 해 ‘민주당의 야당’으로 불리는 조 맨친 상원의원이 내년 11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어서다.
차기 대선에서 격돌할 예정인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바짝 긴장하는 이유는 맨친이 미국의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도층으로 불리는 유권자들이 이탈할 경우 트럼프와 바이든 어느 쪽도 승산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서다.
맨친 “바이든 대통령은 ‘극좌파’, 미국 사회 통합 못 해”
맨친 의원이 아직 공식적으로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내놓은 발언을 근거로 미국 언론들은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그가 상원의원 재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목이다.
상원의원 재선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정치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년 열리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의원 재출마 포기 선언에 이어 바이든 현 대통령을 직격하고 나선 것도 그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근거로 해석되고 있다.
20일(이하 현지 시간)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맨친 의원은 전날 미국 뉴욕을 권역으로 하는 라디오 방송 매체에 출연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극좌파’로 규정하며 미국 사회의 좌경화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맨친은 “바이든은 자유주의 성향을 넘어 극좌파로 흐르고 있다”면서 “이런 정치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한 갈라진 미국 사회가 통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 정치판에서는 여러분이 갈라져야 그들이 생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미국 국민이 분열되기를 바란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미국 정치판을 지배하는 양당체제도 끝장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친은 “민주당과 공화당은 과반을 차지하는 경쟁에만 서로 몰두해 왔을 뿐 그런 체제가 미국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당을 떠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여 머잖아 민주당을 탈당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는 민주당도 아니고 공화당도 아닌 제3의 중도 보수 정치세력을 규합해 중도층 유권자를 겨냥한 ‘무소속’ 대권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풀이했다.
민주당 의원들 “트럼프에 정권 내줄라” 좌불안석
가장 민감한 반응은 민주당에서 먼저 나왔다.
미 상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맨친 의원을 향해 “대선에 나간다면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는 '재앙'이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차기 정권을 넘겨주는 상황을 뜻한다.
미 상원 농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비 스태버나우 의원은 “맨친 의원이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면 매우 매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대선에 출마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맨친 의원은 상원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자신이 대선에 뛰어들면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기회를 주는 꼴이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맨친 의원도 바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맨친은 CBS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출마하면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주장하는 대로 트럼프에게 정권을 내주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 자신이 대권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또 다른 대목으로 읽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