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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왕좌의 귀환' 올트먼의 승리만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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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왕좌의 귀환' 올트먼의 승리만 남았을까?

오픈AI에서 해임됐던 올트먼이 복귀했지만, 이번 사태가 깔끔하게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픈AI에서 해임됐던 올트먼이 복귀했지만, 이번 사태가 깔끔하게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로이터
오픈AI 사태는 ‘챗GPT’의 첫 등장만큼 흥미로웠다. 이사회의 올트먼 해임과 그의 마이크로소프트 이적 발표. 직원들의 반발과 이사회의 항복 선언. 그리고 올트먼의 화려한 복귀까지.

인공 지능(AI)의 발전 속도를 연상시키는 현란한 기업 드라마였다. 첫 발단은 오픈AI 이사회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하면서 비롯됐다. 이코노미스트가 정리한 오픈AI 사태의 전말이다.
올트먼은 일리야 사츠키버와 함께 오픈AI를 상징하는 두 명의 천재 가운데 한 명이다. 그를 해고한다는 것은 곧 한쪽 팔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사회는 이 둘 가운데 사츠키버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틀 후 올트먼 영입을 발표했다. 다음 날 오픈AI의 770명 직원 거의 전원이 올트먼의 복직과 이사회의 대폭 개선을 요구하는 서류에 서명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이사회는 두 손을 들었다. AI 개발자들이 빠져나가면 회사는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올트먼은 최고경영자 자리에 복귀했다. 상황은 정리됐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것이 이코노미스트가 던지는 질문이다.

사태는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 오픈AI 사태가 단순한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학문적 이상주의’와 ‘상업적 실용주의’ 사이의 갈등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GPT-5' 개발 가속화


다시 찬찬히 오픈AI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되돌아보자. 이사회는 올트먼이 "우리에게 항상 솔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는 AI 개발 속도와 안전성 사이의 균형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이다.

내부자에 따르면 오픈AI는 GPT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AI 분야의 선두 자리를 확고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공동 창립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일리야 사츠키버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오픈AI 이사이자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연구원인 헬렌 토너는 지난 10월 AI 안전에 대한 회사의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이 기사로 인해 회사의 평판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토너 이사를 해고하려 들었다.

올트먼이 AI용 반도체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주 중동을 드나들고 있던 시점이었다. 올트먼은 오픈AI를 성장시키려 했지만 이사회는 속도 조절을 원했다. 당초 그들이 오픈AI를 비영리 단체로 출범시킨 이유도 AI가 인류에게 해악을 주는 일을 막아야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토너와 다른 세 명의 이사회 멤버는 올트먼과 또 다른 성장론자인 그렉 브록먼을 해고했다. 그러자 오픈AI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섰다. 오픈AI의 나머지 직원들도 받아들이겠다고 통 큰 제안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진지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올트먼의 오픈AI 복귀에는 결정타가 됐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20일 "샘이 어디에 있든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사회의 항복 선언에 따라 오픈AI 이사진은 대폭 물갈이될 예정이다. 올트먼의 해임을 지지했던 3명의 위원은 사임했다. 브록먼과 올트먼은 당분간 이사회에 복귀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영향력은 더 커졌다.

낙관론과 비관론


오픈AI는 비영리 단체 산하의 조직으로 설립됐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비즈니스 지향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사진에 합류한 테일러와 서머스가 AI의 안전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토너와 이전 이사들에 비해 올트먼의 원대한 야망을 더 잘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도 올트먼의 성장론을 추종하고 있다. 직원 가운데 한 명은 "이번 혼란으로 직원들이 똘똘 뭉치게 됐다"며 올트먼이 상업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오픈AI의 GPT-5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사태가 깔끔하게 봉합된 것은 아니다. 오픈AI는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860억 달러(약 111조 5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했으나 보류됐다. 협상이 재개됐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올트먼과 사츠키버가 화해하지 않는다면 오픈AI는 세계 최고의 AI 천재 중 한 명을 잃을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최대 승자는 MS다. MS는 올트먼과 그의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기보다는 별도의 조직을 유지하는 쪽을 선호한다. 올트먼과 브록먼의 기질은 MS와 같은 대기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들이 합류했다면 둘 사이가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오픈AI 직원들은 올트먼을 따라 MS로 가겠다고 서명했지만, 실제로 그만두게 되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오픈AI는 시장의 경쟁을 주도할 것이다. 그러나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사이의 내부 논쟁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AI를 방치하면 인간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믿는 '비관론자'와 기술 발전의 가속화가 사회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낙관론자'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에서 패배자로 남은 비관론자들은 수적으로 열세에 처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