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아직 내연기관차로 전면적으로 대체되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여러 가지다.
소비자 입장에서 내연차 대비 가격이 아직 충분히 좁혀지지 못해 진입 장벽이 높은 문제와 전기차 충전시설이 아직 충분히 깔리지 않아 편의성이 부족한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매체인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조사한 결과 전기차의 품질이 내연차보다 낮은 문제도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또 다른 배경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기차의 품질이 낮다는 말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직 낮아 고장률이 높다는 얘기다.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전기차와 내연차를 모는 미국의 차주 30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기차의 고장률이 내연차보다 70%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전기차의 고장률이 이처럼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 전기차가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라서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종래의 내연차와 달리 전기를 이용해 구동되기 때문에 고장률이 높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전기차 자체가 새로운 기술이어서라는 얘기다.
‘새것’의 역설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제이크 피셔 컨슈머리포트 자동차검사센터장이 최근 발표한 전기차 고장률 실태 보고서에 대해 부연설명을 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매체인 컨슈머리포트는 그 위상에 걸맞게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주 콜체스터에 1.3km² 면적의 대규모 자동차검사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피셔 센터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전기차의 고장률이 높은 것은 전기차라서만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전기차라는 자동차의 연식 자체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자리를 잡으려면 시행착오를 바로잡고 개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과정을 거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양산하기도 바쁜 전기차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아직 그런 과정을 충분히 겪지 못한 실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기차에 적용된 기술의 역사 자체가 짧기 때문에 고장률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라는 얘기다.
‘첨단기술’의 역설
전기차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갖 새로운 기술로 무장돼 있다. 내연차와는 다르게 첨단 IT 기술이 적용돼 있어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는 평가마저 있다.
전기차에 ‘미래형’ 또는 ‘차세대’라는 표현을 흔히 쓰는 이유다.
그러나 피셔 센터장은 “첨단기술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훨씬 멋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고장이 날 확률도 커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전자제품의 고장률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높은 것처럼 전기차도 복잡한 기술이 적용돼 있어 그만큼 고장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피셔는 전기차 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 전기모터, 배터리, 충전 등과 관련한 고장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것이 전기차 기술 자체의 결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마디로 전기차라는 차 자체가 새로운 자동차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