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연시간 또는 대기시간으로도 불리는 이 시간이 짧을수록 인터넷 속도도 비례해 올라간다. ‘실시간’이라는 이름을 쓰는 온라인 서비스가 흔하지만, 사실은 짧든 길든 지연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명실상부한 실시간 무선통신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버지 등 IT전문매체들에 따르면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가 ‘L4S’라는 이름의 차세대 인터넷 표준을 제시해 관련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레이턴시 자체를 사실상 없애 인터넷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초저지연’ 데이터 전송 기술이기 때문이다.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가 개발한 차세대 표준
IETF는 인터넷망의 사업자, 설계자, 관리자, 연구자들로 구성돼 인터넷 표준화 작업을 하는 국제 민간기구로 인터넷 통신의 핵심 원칙을 구성하는 전송제어 프로토콜(TCP)과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제정한 곳이다.
더버지에 따르면 IETF가 지난 1월 발표한 L4S는 ‘Low Latency(저지연), Low Loss(저손실), Scalable Throughput(확장 네트워크 출력)’의 줄임말이다.
지정된 시간 안에 전송 또는 처리된 전체의 유효한 정보량(처리량)을 의미하는 네트워크 출력을 확장해 데이터 패킷의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대기 시간은 밀리초(1000분의 1초)로 표시하는데 데이터 전송 지연속도가 짧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온라인 게임을 돌리는 인터넷 환경의 경우 100밀리초 미만이면 매우 양호한 것으로 간주된다.
브로드컴, 커넥선트시스템스, 텍사스인스투르먼츠(TI)를 위시한 미국의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개발 전문 비영리기업인 케이블랩스 소속으로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가 L4S 표준을 개발하는 데 관여한 그렉 화이트 연구원은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L4S는 레이턴시를 10밀리초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표준이라고 밝혔다.
초저지연 기술
더버지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초저지연 기술에 속하는 L4S는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 속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연속도가 낮은 인터넷 환경을 필요로 하는 온라인 게임과 앞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현실 기반 디지털 서비스의 확산에도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종래의 초고속 인터넷 속도로는 구현 자체가 불가능했던 차세대 응용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가 L4S라는 초저지연 스트리밍 기술의 등장을 계기로 널리 개발되고 보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더버지는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애플, 세계 최대 인터넷포털 구글, 세계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 미국을 대표하는 유선통신업체인 차터, 인공지능(AI) 반도체업계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세계적인 통신장비‧네트워크 전문업체인 노키아, 독일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도이체텔레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업체들이 L4S의 등장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화이트 케이블랩스 연구원은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케이블 모뎀 가운데 약 20가지 제품에 L4S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컴캐스트, 차터, 버진미디어 등 다수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들과 구글, 보다폰, 노키아 등도 L4S와 관련한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나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애플의 경우 지난 5월 개최한 ‘2023년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 행사에서 iOS 16과 맥OS 벤투라에 L4S 베타 지원 기능을 넣었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고 더버지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