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가 종래의 자동차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라이트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는 차를 통해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독일 완성차의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 때문에 열렸기 때문이다.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먼저 치고 나온 점도 주목된다.
자동차 업계 사상 첫 청록색 라이트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 개발한 라이트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색상이 '터쿼이즈(Turquoise)'라서다.
‘터키석(石)’ 또는 ‘터키옥(玉)’이라는 보석을 가리키는 터쿼이즈는 파란색과 초록색의 중간인 '청록색'에 가까운 색으로 이런 색상이 자동차 라이트에 적용된 것은 자동차 제조업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잘롭닉에 따르면 이 청록색 라이트가 처음 등장한 이유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이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보다 진화한 기술이라서다. 자율주행 기술력을 평가하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정한 등급 분류에 따르면 테슬라의 FSD는 총 5등급 가운데 2단계에 머물고 있는 반면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은 3단계로 평가받았다.
자율주행 2등급은 일정한 조건에서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항상 필요한 수준으로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자동차로 바뀌는 단계부터가 3등급에 해당하고 5단계가 돼야 운전자가 완전히 필요 없는 명실상부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인정된다.
자율주행기술 평가기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제안으로 도입돼
둘째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드라이브 파일럿 기반의 S클래스와 전기차 세단 EQS에 청록색 라이트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최근 일부 주에서 당국의 승인을 거쳐 판매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잘롭닉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청록색 라이트를 적용한 S클래스와 전기차 세단을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있는 딜러 업체들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딜러상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청록색 라이트 자체에 대단한 기술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전례 없는 이 라이트가 달린 차량의 시판을 미국 관계당국이 허용한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메르세데스-벤츠 차에 탑승한 사람은 그 차가 자율주행 차라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차 주변에 있는 차량들이나 보행자들 입장에서는 이 차가 자율주행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안전상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게 문제였는데, 청록색 라이트를 통해 이 차가 자율주행차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청록색 라이트가 업계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3단계 자율주행 등급을 부여해준 SAE가 메르세데스-벤츠에 청록색 라이트를 사용할 것을 권했기 때문이다.
잘롭닉은 “자율주행 기술의 평가를 주관하는 SAE가 청록색 라이트를 도입한 주역이란 점에서 다른 제조사들의 자율주행 시스템 차량에도 청록색 라이트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청록색 라이트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