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빠르게 금리인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연준 이사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기대하는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윌러 이사는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이전 많은 사이클에서 금리 인하는 종종 신속하고 큰폭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처럼 빠르게 움직이거나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물가 둔화가 이어지면서 연준이 바라는 2% 목표치 달성에 근접해 있긴 하지만, 자칫 금리인하를 빨리 시작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월러의 발언이 나오면서 국채금리는 오르고, 뉴욕증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071%를, 30년물 국채금리는 10.9bp 상승한 4.3% 선을 기록 중이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해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도 10.9bp 오른 4.2% 선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이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미국도 금리인하 시점이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잇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을 찾은 금융계 거물들도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필립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인하)에 낙관론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임금과 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여전하다고 지적하며 “중앙은행들은 미국의 물가가 더 낮아질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을 겸하고 있는 로버츠 홀츠먼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홍해 봉쇄 등 지정학적 위험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2024년 금리 인하를 전혀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 역시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 너무 이르다”며 여름 이전엔 ECB가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