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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파나마 운하 대체 '테완테펙 지협 철도' 건설로 물류 주도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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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파나마 운하 대체 '테완테펙 지협 철도' 건설로 물류 주도권 도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태평양과 멕시코만을 잇는 약 300km의 테완테펙 지협 절도를 부활시켰다. 사진=멕시코 정부이미지 확대보기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태평양과 멕시코만을 잇는 약 300km의 테완테펙 지협 절도를 부활시켰다. 사진=멕시코 정부
멕시코 정부가 태평양과 멕시코만을 잇는 '테완테펙 지협 연결 철도'를 부활시켰다. 파나마 운하의 물 부족으로 인한 통항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100년 전 패배한 '숙적' 파나마운하에 다시 도전하는 야심찬 계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2월 22일,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의 항구도시 살리나 크루즈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여객열차로 부활한 구간에 올라탔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꿈만 같았던 프로젝트가 재개됐다"고 말했다.

태평양 연안에서 멕시코만 연안의 코아트사코알코스(벨라크루즈주)까지 약 300km를 잇는 지협철도는 20세기 초에 개통된 노선이지만, 수요가 적어 오랫동안 여객열차가 운행되지 않았다. 멕시코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해 현행 안전기준에 맞게 보수공사를 진행했고, 이날 개통에 맞춰 개통했다.

내륙부를 포함한 이 철도의 전 구간 개통은 2024년 9월로 예정되어 있다. 노선 개량은 남부 치아파스 주 등에도 적용되며, 철도 주변에는 12곳의 산업단지와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투자 인센티브도 마련해 철도 주변에 기업 입주를 유도하는 '지협 회랑'에는 멕시코 정부가 총 700억 페소(약 5조4796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2023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싱가포르 정상들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여객철도가 아니라 화물철도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항로로 많은 컨테이너선이 통과하는 파나마 운하가 있지만, 대규모 통항 제한이 장기화되고 있다.

파나마 운하청은 2024년 1월부터 하루 통항 횟수를 24척 정도로 평상시(36척)의 70% 미만으로 제한했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심각한 물 부족으로 통항에 필요한 담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건기에 접어든 현지에서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마 운하의 전체 길이는 80km 정도로 테완테펙 철도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수문으로 수위를 올리거나 내리면서 배가 진행하기 때문에 통과하는 데 평균 8~10시간 정도 걸린다. 많은 배들이 만 안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맨 앞에 줄을 설 수 있는 권리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테완테펙 지협 철도로 컨테이너를 운송하려면 항구에서 환적해야 하지만, 통과만 해도 7~8시간 정도 소요된다. 멕시코 정부는 연간 약 140만 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새로운 대양간 루트로서 자리매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미국의 숙원이었던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면서 갓 개통한 테완테펙 지협 철도의 화물 운송은 경쟁력을 잃었다. 그로부터 110년. 이번에는 경쟁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역풍이 불었다.

파나마 운하 물 부족의 원인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파나마 운하의 통항 제한이 일상화되면 대양간 화물 운송 수단으로 철도로 전환하는 사업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 사제 대학의 루이스 안드라데 연구원은 "파나마 운하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이대로 긴 기다림이 계속된다면 (해운업자들은) 지협철도의 가능성을 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팬아메리칸 연구소의 벤하민 알레만 교수는 "파나마 운하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화물 운송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항구의 대대적인 개보수가 필요하고, "멕시코가 치안과 법치주의를 보장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110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데는 중미 최대 경제대국의 명성이 걸려 있다.

멕시코 정부는 테완테펙 지협 철도를 통해 파나마 운하의 독점을 깨고, 대양간 화물 운송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의 물 부족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추세라는 점에서, 멕시코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항구의 개보수와 치안, 법치주의의 확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멕시코 정부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파나마 운하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