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일본은 지금] 죽어가는 방화범 살려낸 의사, 최선 다한 이유는?

공유
0

[일본은 지금] 죽어가는 방화범 살려낸 의사, 최선 다한 이유는?

2019년 당시 화재 연기에 뒤덮인 교토 애니메이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9년 당시 화재 연기에 뒤덮인 교토 애니메이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9년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화 사건(쿄애니 사건)’ 범인에게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이 내려졌다.

25일 교토지방재판소(지방법원) 재판부는 살인과 방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아오바 신지(45)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NHK, 요미우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을 심리한 마스다 게이스케 재판장은 그에게 선악을 판단할 형사 책임 능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마스다 재판장은 “심신 상실이나 심신 쇠약 상태는 아니었다”라는 말로 형사 책임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오바의 범죄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마스다 재판장은 “방화 살인을 선택한 것은 기존 경험과 지식, 그리고 당하면 갚아준다는 식의 성격에 의한 것이며 경위나 동기 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36명을 살해하고 32명을 다치게 한 죄는 매우 무겁다”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애니메이션 업계에 희망을 갖고 일하던 무고한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헤아릴 수 없다”라며 “강력한 살의가 느껴지며, 잔악무도한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피고인 아오바가 기소된 범죄 내용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판은 사실 관계에 대한 다툼이 아닌, 형사 책임 능력이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변호인 측은 사건 당시 피고에게 망상으로 인한 정서 장애가 있어 선악을 구별하거나 행동을 제어할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지난달 형사 책임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 아오바는 2019년 7월 18일 쿄애니에 응모한 소설이 떨어지자 원한을 품고 교토시 후시미구 소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방화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36명이 숨지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일본에서 발생한 방화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아오바는 방화 범행 당시 전신 93%에 달하는 화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었다. 그러나 담당 의사가 그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 치료하면서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범행 4년여 만에 공판에 참석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치료한 담당 의사는 언론을 통해 “범인이 예측 사망률 97.45%로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죽음으로 도망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오바는 만약 형이 확정된다면 사형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함께 대표적인 사형제 존치 국가인 일본은 지난 2017년 20년 만에 범행 당시 19세였던 사형 기결수의 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19세 미성년자 흉악 범죄자에 사형 판결을 내리기도 하면서 엄벌을 내리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는 현행범 또는 확정범이어도 언제부턴가 범죄자 인권이나 미성년자임을 들어 엄벌 대신 사회적 교화를 중시하는 한국 상황과 대비된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