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역 장벽이 없다면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경쟁사들을 괴멸(demolish)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어떤 종류의 관세나 무역 장벽이 구축되느냐에 따라 중국 이외 지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무역 장벽이 세워지지 않으면 그들은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가 미국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무역 장벽을 거론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게 두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되면 미국의 기본 관세에 더해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무역 최혜국 대우도 박탈하겠다고 공약했다. 유럽 도 중국 전기차에 대해 보호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최근 중국 전기차를 대상으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금융사들도 테슬라 주가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테슬라 주가 목표를 기존 300달러에서 297달러로 낮췄고, 투자은행 캐너코드 제뉴이티도 목표치를 267달러에서 23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25일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전장 대비 3.29% 내린 36만8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6만3천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SDI[006400](-1.84%)도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으며, 포스코퓨처엠(-3.83%), 에코프로머티[450080](-9.19%), 금양[001570](-4.94%) 등도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7540](-5.02%), 에코프로[086520](-3.06%), 엘앤에프[066970](-11.02%) 등이 일제히 내렸다. 배터리의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는 이차전지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가 연말 소비 호조에 힘입어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3%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지속에도 불구하고 2023년 연간으로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2%대 중반의 성장을 이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3.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상 밖 경기 호조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후퇴하게 만들고 있다.
뉴욕증시는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강한 모습에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막판에 밀리고 있다. 뉴욕증시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도 GDP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