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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후발주자서 '사고' 보잉 누르고 민항기 1위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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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후발주자서 '사고' 보잉 누르고 민항기 1위 '훨훨'

프랑스 에어버스 A320.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에어버스 A320. 사진=로이터
글로벌 항공 수요가 살아나며 불이 붙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2023년 여객기 주문·인도량 대결은 에어버스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에어버스는 지난해 735대의 상업용 항공기를 인도한 반면, 보잉은 528대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 주문량에서도 에어버스는 약 2100대의 순 주문을 기록했지만 보잉은 1300여대에 머물렀다. 결국 에어버스는 민항기 시장에서 5년 연속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 에어버스가 한때 상업용 항공기 시장을 장악하던 보잉을 제치고 시장 1위로 올라선 것은 결국 보잉의 자업자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16년 설립되어 군용 항공기를 중심으로 성장해 오던 보잉은 1955년 첫 제트엔진 여객기 ‘보잉 707’과 1970년대 베스트셀러 ‘보잉 747’이 잇따라 대성공을 거두며 맥도넬 더글라스 등 경쟁사들을 제치고 상업용 제트기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차세대 기종 ‘787 드림라이너’가 무리한 신기술 도입과 그에 따른 계속된 개발 지연 및 결함으로 도입이 늦어졌고, 또 다른 신형기 ‘737 맥스 8’이 2018년 10월~2019년 3월에 2번이나 대형 추락사고를 일으키면서 보잉의 명성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해당 사고 원인이 치명적인 설계 결함 때문으로 밝혀지면서 다수의 항공사들은 해당 기종 주문을 취소하고 에어버스의 동급 기종으로 갈아탔다. 이는 보잉이 민항기 업계 1위 자리를 에어버스에 내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더군다나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수요가 급감해 상업용 항공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보잉의 경영 상황도 크게 악화됐다. 팬데믹 종식으로 다시 항공 수요가 살아나나 싶었더니, 지난해 12월 737 맥스 9 기종의 도어플러그가 떨어져 나간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비상착륙 사건’이 발생해 갈길 바쁜 보잉의 등에 또다시 비수를 꽂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보잉의 부진이 1996년 맥도넬 더글라스의 인수합병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엔지니어 출신이 중심이던 보잉의 경영진에 맥도넬 더글라스의 전문 경영인 임원들이 합류하며 본격적인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특히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을 위해 외주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이 독이 됐다. 이는 품질 관리 부실로 이어졌고, 그에 비례해 결함과 사건·사고 발생도 급증했다. 앞서 △787 시리즈의 도입 지연 △737 맥스 8 기종 연속 추락사고 △지난해 737 맥스 9 기종 도어플러그 파열 등의 사건 사고 모두 부실한 품질관리와 그로 인한 결함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물론, 에어버스도 완벽한 기업은 아니다. 1970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합작해 설립한 에어버스는 태생적으로 유럽 내 여러 국가에서 부품과 조립, 생산을 분담하는 구조라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기가 어렵다.

또 야심 차게 선보인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은 시장 수요 예측에 실패해 조기 단종되는 등 에어버스에 아픈 기억만 남기기도 했다. 다만, A380을 제외하고 크게 실패한 기종이 없었던 데다, 종종 드러난 결함들도 보잉처럼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빠르게 해소하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며 성능과 품질이 충분히 검증되면서 각국 항공사들의 도입에 속도가 붙은 것도 자연스럽게 상업용 항공기 주문·인도량 1위 자리를 보잉으로부터 가져온 배경으로 풀이된다.

보잉의 ‘업계 1위’ 탈환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엉망이 된 품질관리 능력이 당장 회복되기 어려워 보이는 데다, 3년 전 737 맥스 8 기종 추락사고에 이어 같은 계열인 737 맥스 9 기종에서도 품질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에이전시 파트너스의 새시 투사(Sash Tusa) 수석 항공 분석가는 시애틀의 유력 일간지 시애틀 타임스를 통해 “2023년 실적 데이터에서 에어버스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고, 갈수록 커지는 불균형으로 보잉의 회복에 대한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남은 주문과 잔고를 기준으로 볼 때, 에어버스에서 737 맥스 시리즈와 같은 대규모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보잉이 다시 1위로 복귀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고 수학적으로도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