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일본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조 엔 돌파

토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이 일본 기업 최초로 50조 엔(약 447조 원)을 돌파했다. 6일(현지시간) 도쿄 증시에서 토요타 주가는 상장 이래 최고치인 3065엔(약 2만7404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2% 상승했다. 토요타자동직기, 완전 자회사인 다이하쓰공업 등 그룹사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입과 엔저, 수익성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시간을 포함한 사상 최고 시가총액은 NTT 주식이 1987년 4월에 기록한 49조6000만 엔(약 444조 원)이었다. 당시 토요타는 4조 엔대(약 36조 원)에 머물러 있었다.
토요타는 1996년 6월 처음으로 10조 엔(약 89조 원)을 돌파한 후 28년 만에 5배가 되었다. 같은 기간 닛케이 평균 주가의 60% 상승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2023년에는 200조 엔(약 1790조 원) 이상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부계 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금기금이 토요타 주식을 추가 매입했고, 2024년 1월부터 시행된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NISA)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엔화 약세가 진행된 점도 토요타의 실적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토요타는 6일 오후 2023년 4~12월기 결산을 발표하면서 2024년 3월기 연결 영업이익 전망을 전년 대비 80% 증가한 4조9000억 엔(약 44조 원)으로 기존 예상보다 4000억 엔(약 3조5796억 원) 상향 조정했다. 차량 기능 향상에 따른 가격 인상과 생산량 증가, 엔화 약세가 기여한다는 전망이다. 정책 보유주 및 그룹주 압축에 따른 자산 효율성 개선도 투자자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EV) 판매 둔화와 하이브리드(HV) 재조명도 토요타 주식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EV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보조금 축소로 수요가 둔화되는 추세다. 토요타는 HV에서 세계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23년에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342만 대를 판매했다.


퀵(QUICK) 팩트셋에 따르면, 토요타의 시가총액은 6일 오전 기준 세계 상장사 중 27위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중국 인터넷 대기업 텐센트에 이어 4위다.

세계 완성차 업체의 시가총액으로 비교하면 토요타는 미국 테슬라의 85조 엔(약 761조 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22년 동안 최대 4배까지 벌어졌던 격차는 크게 줄었다. 세계 판매 1위인 토요타에 이어 2위인 독일 폭스바겐(VW)과는 5배 차이를 보인다.


SBI증권 엔도 코우지 애널리스트는 지난 5년간의 PER(주가수익비율)과 주당순이익을 바탕으로 향후 6개월에서 1년 내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목표주가를 3700엔(약 3만3112원)으로 제시했다. PBR(주가순자산배율)은 1.2배, 예상 PER은 10배로 지표상으로는 크게 고평가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엔도 씨는 토요타가 EV 판매량을 2030년에 350만 대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장대한 계획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EV 전략의 둔화나 그룹사의 부정행위로 인한 생산 계획의 차질이 토요타 주식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요타는 시가총액 50조 엔(약 447조 원) 돌파라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EV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그룹사 경영 관리 철저화, 투자자 신뢰 유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