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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로 뭉치는 中 배터리 기업, 글로벌 석권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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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로 뭉치는 中 배터리 기업, 글로벌 석권 나선다

삼성SDI가 'IAA 모빌리티 2023' 부스에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SDI가 'IAA 모빌리티 2023' 부스에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대표 배터리 기업들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두고 거대 연합을 형성해 글로벌 시장 석권에 나설 전망이어서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12일(이하 현지 시간) 닛케이아시아는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의 대표 배터리 제조사들이 지난 1월 21일 관련 기업과 정부·학계를 하나로 묶는 전고체 배터리 컨소시엄 CASIP(China All-Solid-State Battery Collaborative Innovation Platform)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업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 시장 점유율 36.8%로 명실상부한 전기차용 배터리 1위 기업이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떠오른 비야디는 배터리 부문에서도 15.8%의 점유율로 CATL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중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50%를 가뿐히 웃돈다.

게다가 이 동맹에는 비야디의 자회사 핀드림 배터리(FinDreams Battery), CALB, EVE에너지, 고션 하이테크(Gotion High-tech) 등 중국의 배터리 부문 선도 기업들이 모두 참여한다.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란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말한다. 기존 배터리보다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아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으며, 높은 안정성으로 고온이나 충격으로 인한 폭발 및 화재 위험이 낮아 전기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그 때문에 세계 각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을 먼저 선점할수록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이미 중국에 점령되다시피 한 기존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고체 배터리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글로벌 배터리 1·2위 기업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위해 손을 잡은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위협이다. 자칫하면 차세대 배터리 시장마저 중국에 송두리째 내줄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기초연구, 핵심기술, 공동 개발·제조, 공급망 구축 등을 추진할 CASIP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중국 내에서 자체 개발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산업정보기술부와 과학기술부,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국무원 직속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 국가에너지원 등 핵심 기관이 컨소시엄에 정부 회원으로 참여한다. 중국과학원 등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 영향력 있는 정부 지원 기금도 회원 명단에 올라 있다.

중국 칭화대 자동차 관련 기술 전문 교수 어우양 밍가오(Ouyang Minggao)는 컨소시엄 설립식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를 뒤집을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일본의 토요타다. 지난해 기준 토요타가 전 세계에 출원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는 1300건 이상에 이른다. 지난해 6월에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고, 2028년에 이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의 관련 기업들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중국의 최대 약점은 ‘기술’이다. 중국 현지 언론 이차이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는 100개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배터리 기술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이 NCM(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용량이 적고 무겁지만 가격이 매우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대량으로 양산해 오히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특히 비야디의 경우 독자적인 ‘블레이드 배터리’ 디자인으로 LFP 배터리의 약점인 적은 용량과 그로 인한 짧은 주행거리를 대폭 개선하기도 했다. 지금 당장 관련 특허 수가 100개 미만에 불과해도 정부와 기업, 학계가 똘똘 뭉쳐 시장에 뛰어든다면 기술 격차 극복은 시간문제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