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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출생아 기록한 日…국가 소멸화 우려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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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출생아 기록한 日…국가 소멸화 우려 가속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일본의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지만, 혼인율과 사망자 숫자는 늘어나면서 국가 소멸화 우려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해야 할 기시다 내각이 내놓은 정책은 가혹한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본 사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속보치)가 역대 최소인 75만 863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0.5% 감소한 수치로, 역대 최소를 8년 연속 경신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는 지난해 4월 출생아 수가 75만 명으로 떨어지는 시기를 2035년경으로 추계했다. 저출산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출생아 수는 2010~2016년 동안 연간 약 8.8% 감소했지만, 2016~2022년에는 약 21.1%로 감소치가 크게 폭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속보치에는 일본에서 태어난 외국인도 포함돼 있어 일본인으로만 한정해 집계하는 가을 발표 확정치에서 출생아 숫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출생아 숫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이유는 혼인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후생노동성은 혼인 건수를 전년 대비 5.9% 감소한 48만 9281쌍으로 집계하고, 90년 만에 50만 쌍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혼외 자녀가 적은 일본에서 혼인 건수 감소는 출생아 수 감소와 직결된다.

이에 따라 인구 감소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0.5% 증가한 159만 503명으로 3년 연속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에서 출생아 수를 뺀 자연 감소분은 83만 1872명으로 이 또한 역대 최대치다.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는 “1947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붐으로 출생한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사망자 숫자는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전했다.

저혼인, 저출산, 인구 격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됨에 따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각종 지원 정책 마련을 위해 국민들에게 막대한 세수를 징수하고 있어 국가 운영 실패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만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저출산 대책 재원 확보를 위해 '저출산세'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6년부터 일본 국민 1인당 월 500엔 수준의 세금을 징수해 '어린이·육아 지원금'을 마련하고, 이를 그대로 저출산 대책 지원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많은 사회보장세에 증세를 한다는 발표에 논란이 일자 기시다 총리는 “공적 의료보험을 추가해 1인당 월평균 500엔 미만을 부담하게 할 것이며, 지출 개혁과 임금 인상으로 실질적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발표 다음 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가토 아유코 아동정책 담당상은 "1인당 부담액이 월 1000엔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500엔 미만은 평균일 뿐"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거짓말 논란까지 일었다. 이미 방위비 증액에 쓰일 재원을 얻기 위해 법인세, 소득세, 담배세를 올려 증세 비판은 거세게 일어났다.

자국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거세지는 등 지지율이 내각 총사퇴 수준까지 떨어지자 기시다 내각은 소득세 등을 연간 4만엔 줄여 주고 저소득층 등 비과세 대상자에게는 연간 7만엔의 지원금을 주는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일본에서는 일하는 것이 지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젊은 경제인구들이 근로 의욕을 잃고 있는 것이 사회적인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일본에서 이번 증세 논란은 치명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각의 결정한 '어린이 미래 전략'에서 '젊은 세대의 소득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양육비와 고등교육비 부담이 커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츠츠이 준야 리츠메이칸대 가족사회학 교수는 “현재 정부의 지원 정책은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혼인율에는 큰 영향이 없다. 더욱이 비혼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임금과 고용 고민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대의 지갑을 더 얇게 만드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저출산 대책으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정부가 실질적이고 추가적인 고용-임금 정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