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항만에 설치된 크레인 중에서 중국의 ZPMC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80%에 달한다. ZPMC는 중국 국영 기업이다. 미국 항만에는 200개가 넘는 중국제 크레인이 있다.
마크 그린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테네시)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해상 분야를 포함해 중요한 기간 시설에 체계적으로 파고들어 귀중한 정보를 취합하고, 이런 미국의 취약성을 악용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는 중국의 미국 항만 안보 위협 문제에 관한 조사를 해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1일 중국의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우려가 제기된 중국산 크레인 등 항만 시설을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조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안경비대에 해양 운송 체계를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자국의 크레인 생산 기반을 위해 5년간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활용해 일본 기업인 미쓰이 E&S의 미국 자회사인 페이스코가 미국 내 크레인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에는 선박이나 항만, 시설 등이 사이버 공격을 당하면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 교역량의 90% 이상이 항구를 거쳐 간다고 백악관은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힘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항만 크레인 데이터를 원거리 통제한다는 것은 완전히 황당무계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마오 대변인은 "국가 역량을 남용하고 이치를 벗어나 중국 제품과 기업을 탄압하며 경제·무역 문제를 도구화·무기화하면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안보 리스크를 높여 결국에는 자신을 해칠 뿐"이라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