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CE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의 HBM 제품을 (우리의 AI 칩에서) 테스트 중이며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및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YMTC)와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 기업들의 턱 밑까지 쫓아 왔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매우 높다. 현재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의 비중은 아직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AI 열풍과 그로 인한 AI 칩 수요의 증가로 수요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AI 칩에 탑재되는 HBM 가격은 기존 D램 대비 5배~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한 SK하이닉스는 1년간 주가가 88%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42% 오르는 데 그쳤다. 향후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고부가가치 상품인 HBM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HBM 공급사가 늘어나는 것은 쌍수들어 환영할 일이다. 공급사가 늘어날수록 경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의 HBM 공급을 막을 이유가 없다. 황 CEO가 “기대가 크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삼성의 HBM 수율(양품 제조 비율)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비전도성 필름(NCF) 공정으로 최신 HBM를 제조하려다가 수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삼성의 최신 HBM3 칩 생산 수율은 약 10~20%에 불과하다.
수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불량률이 높다는 의미다. 기존 메모리와 달리 HBM은 CPU 또는 GPU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행여 불량이라도 발생하면 개당 수천~수만 달러에 달하는 칩 하나를 통째로 못 쓰게 된다. 엔비디아도 삼성의 HBM 테스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수율 개선을 위해 최근 고집을 꺾고 SK하이닉스가 먼저 도입한 몰디드 언더필(Molded Underfill·MUF) 공정 기술과 관련 장비 및 소재를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 또 다른 경쟁사인 마이크론 역시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도할 예정인 것도 삼성에겐 발등의 불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삼성 HBM 채택 여부는 삼성이 얼마나 빨리 자사 HBM3E 수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달렸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