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AI 선도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차세대 첨단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십조~수백조원 단위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과 구글 등도 미국은 물론 일본과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총 수십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엔비디아 AI칩 ‘H100’은 손바닥 하나 크기의 기판 하나가 중형 에어컨 한 대와 맞먹는 시간당 약 700W의 전력을 소비한다. 최근 발표한 차세대 AI칩 ‘B100’의 경우도 서버 한 대가 시간당 100kW(킬로와트)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10가구가 하루 평균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원자력발전(원전) 확충이 떠오르고 있다. 이미 전 세계가 각종 이상기후로 곤욕을 치르면서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장기간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AI 산업이 이를 더욱 가속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1일(현지 시간) 미국 악시오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AI 컴퓨팅에 대한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자력은 물론,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의 대화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제니퍼 그랜홀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미시간주의 폐쇄된 팰리세이드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15억2000만 달러(약 2조560억원)의 대출 보증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MS 등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인근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에너지부도 이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규모와 발전량은 훨씬 적지만, 비용과 건설 시간이 기존 원전의 절반~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기존 원전보다 안전한데다, 설치 장소에 제약이 적어 AI 데이터센터처럼 대량의 전력이 필요한 곳 인근에 쉽게 배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미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지난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를 통해 SMR 개발에 나섰으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도 지난 2013년 SMR 스타트업 ‘오클로’를 인수하며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확보에 선제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SMR 개발에는 미국은 물론 영국과 캐나다, 중국과 한국도 뛰어들었다. 이르면 내년부터 2030년 내로 각국의 SMR이 완공되어 첫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주요 빅테크 기업과 국가들의 AI 데이터센터 확충은 일회성으로 끝날 사업이 아니다. 더 고도의 AI 개발을 위해 적어도 향후 수년~수십 년에 걸쳐 꾸준한 투자와 설비 확충이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그에 비례해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SMR을 비롯한 원전 산업도 더욱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한발 더 나아가 미래 혁신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핵융합’ 발전과 관련 산업에도 주요 국가들과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와 관심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