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인텔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인텔이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 매출로 189억 달러(약 25조 5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 274억9000만 달러(약 34조 7700억 원)보다 31% 감소한 수치다.
인텔의 파운드리 매출 규모가 공개되면서 TSMC를 추격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의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2022년 208억 달러, 2023년 133억 달러로 모두 인텔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매출 규모만으로는 인텔이 삼성을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인텔의 파운드리 매출 95%가 내부 물량으로 인한 것이고, 외부 수주로 인한 매출은 5%에 그쳤기 때문이다. 외주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과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
겔싱어 CEO도 이날 웨비나를 통해 “2030년까지 외부 고객으로부터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 (외부 매출 기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번 매출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물론 삼성 역시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퀄컴과 테슬라, 구글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설계 부문 주요 협력사 중 하나인 AMD가 삼성의 4나노 공정으로 자사의 보급형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APU(CPU+GPU 통합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텔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차세대 AI 반도체를 비롯해 총 5곳의 유력 고객사로부터 첨단 18A(옹스트롬) 공정 기반한 반도체를 대량으로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1A는 0.1나노미터(㎚·10억분의 1m)를 의미하며, 18A는 1.8나노미터 공정에 해당한다. 특히 인텔은 삼성전자나 TSMC보다 한발 먼저 2나노급 이하 첨단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하이NA EUV’ 장비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인텔은 미국 4개 주서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거나 기존 공장을 확장하는 데만 1000억 달러(약 135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을 통해 195억 달러(약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도 확보하는 등 물량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에 4~5나노급 반도체를 제조·공급할 수 있는 현지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주요 고객사들이 자국 기업이라는 메리트와 차세대 공정을 먼저 도입한 인텔로 몰릴 가능성도 커지면서 향후 파운드리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