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2년 4월은 미국 노동운동 역사에서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무려 30년 동안이나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의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실시한 노조 설립 찬반 투표에서 이 사업장의 전체 유권자 8304명 중 투표에 참여한 4850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2654명(54%)이 노조 설립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그러나 미국 노동운동사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이 아마존 사업장의 노조가 출범 2년이 흐른 현재 내홍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마존 첫 노조 내홍 휘말려…노조 집행부 재선출 요구
9일(이하 현지시각) ABC뉴스에 따르면 스태튼아일랜드 아마존 물류센터 노조가 양분돼 향후 어떤 방향으로 치달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노조 집행부가 꾸려져 지난 2년 간 활동해왔지만 노조 내에서 내홍이 벌어진 결과 현 집행부에 반대하는 측이 집행부를 다시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열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BC뉴스에 따르면 아마존 사상 첫 노조를 출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노조 집행부 일부가 집행부에서 빠져나와 연방법원에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소송을 지난해 여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고 법원이 이를 허용할지 여부를 현재 검토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첫 노조 산파 ‘크리스천 스몰스’의 행보 논란
아마존 첫 노조의 내홍은 아마존 최초의 노조 결성을 이끌어낸 주역이자 현 노조위원장인 크리스천 스몰스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아마존 첫 노조 설립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일약 미국 노동계의 스타로 부상한 스몰스 위원장은 노조를 챙기기보다 외부 활동에 주력해왔다는 비판을 스몰스의 반대 세력이 내놓고 있고 이를 새 집행부 선출이 필요한 이유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 집행부 선출을 요구하고 있는 측에서는 스몰스 위원장이 미국 전역을 도는 출장과 강연 등에 시간을 대부분 쓰는 바람에 스태튼아일랜드 사업장의 노조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제대로 할 일이란 단체협약 체결 문제다.
ABC뉴스에 따르면 노조가 출범한 지 2년이나 흘렀지만 스태튼아일랜드 사업장에서는 노조 출범 이후 노사 간 단체협약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스태튼아일랜드 사업장 외에서도 노조 결성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성사된 것이 없는 것도 스몰스 위원장을 비토하려는 세력이 내세우는 집행부 재선출의 주요한 근거다.
◇아마존 경영진의 완강한 단체협약 협상 거부
아마존 경영진이 노조와 단체협약 협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현행 법률 상으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벤자민 삭스 미국 하버드대 법학과 교수는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마존 경영진은 스태튼아일랜 노조의 단체협약 체결 요구에 대해 지연 전술을 계속 펼치며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행 법률에 따르면 아마존 경영진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노조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단체협약 체결 협상 자체가 성사되는 것이 요원한 실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마존 경영진이 2022년 노조 결성 투표 자체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도 아마존 첫 노조의 앞길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4850명의 근로자 가운데 과반이 넘는 2654명이 노조 결성에 찬성해 노조가 출범했으나 전체 유권자 8304명을 기준으로 하면 과반 이상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마존 경영진의 주장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