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쇼핑객, 엔화 약세에 일본으로 몰려간다

명품 할인 구매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현명한 쇼핑객들에게 이제 일본은 빼놓을 수 없는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 가운데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일본에서 환율 변동을 반영한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쇼핑객들이 명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10% 면세 할인 후 78만5000엔(약 5087달러·약 700만 원)에 판매되는데, 이는 뉴욕의 6450달러보다 1350달러(약 186만 원) 이상 저렴하다.

이러한 할인 구매 기회가 전 세계의 구매자를 일본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일부 쇼핑객들은 사치품의 재판매로 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달 일본은행(BOJ)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지만, 투자자들이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 지속에 무게를 두면서 엔화 약세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34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며 최근 달러당 155엔 근방까지 떨어졌다.

베를린에서 도쿄를 방문해 쇼핑으로 하루를 보낸 26세 학생인 키아라 람비아는 "모두가 일본이 매우 비싸다고 말했지만, 나는 일본 물가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람비아는 옷과 기념품이 든 큰 가방 두 개를 들고 많은 관광객이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번화한 긴자 지구를 돌아다녔다.

엔화 가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45% 하락했다. 긴자의 거리는 일본 상품을 면세로 쇼핑하러 온 대규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영어, 프랑스어 또는 스페인어도 들을 수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 럭셔리 인스티튜트의 밀턴 페드라자 최고경영자(CEO)는 명품 제조사들이 일반적으로 가격 차익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의 가격을 균등하게 하기 때문에 가격 할인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명품 브랜드는 이미 2022년과 2023년에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에르메스, 샤넬 등 일부 인기 브랜드를 제외하면 물량이 적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글로벌 명품 부문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인 데보라 에이트켄은 "명품 제조업체들이 신상품 출시와 한정 컬렉션을 통해 일부 가격을 보다 정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가장 현명한 구매자들은 특정 시장에서 고가의 물건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