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 대법원 '대학의 소수 인종 우대 정책' 위헌 판결 영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 시각) “지난 2022년에는 미국 기업들이 연례 성과 보고서에서 다양성 목표 실현을 강조했으나 1년 뒤에는 그런 대목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의 수십 개 기업들이 보고서에서 DEI에 관한 기술을 바꿨다”면서 “기업들이 DEI에 대한 찬반 주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한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 중에서 DEI 관련 내용을 대폭 수정하거나 아예 없앤 기업은 소매 체인점 콜스(Kohl’s), 게임스톱(GameStop), 소프트웨어 기업 유아이패스(Uipath), 베스트바이(Best Buy), 세일즈포스(Salesforce), 워크데이(Workday), 노드스트롬(Nordstrom) 등이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6월 29일 미국 대학 입학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리자 DEI 정책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이 판결은 기업의 다양성 프로그램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화당 출신의 주 법무부 장관들이 포천 100대 기업에 서한을 보내 직원 신규 채용과 승진 과정에서 인종을 고려하지 말라고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자 민주당 출신 주 법무부 장관들도 기업 측에 보낸 서한에서 다양성 증진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리틀러 멘델슨 로펌이 조사해 지난 1월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 약 93%에 달하는 기업이 DEI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이 법적인 뒷받침이 있을 때 DEI 정책을 고수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보인다고 WSJ가 지적했다. 특히 소수 인종이나 여성 할당제 등을 공식화한 기업들은 역차별 소송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미국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에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미국의 1만5000개 기업,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CEO의 비율은 지난해에 11.8%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당시의 12.2%보다 감소한 것이다. 여성 CEO 비율이 줄어든 것은 이 기관이 지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에 여성 CEO 60명이 남성으로 교체됐다.
공화당이 주지사와 주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주에서는 DEI 금지법이 속속 시행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펜서 콕스 유타주(州) 주지사는 최근 DEI 정책 금지법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 법은 공립 교육기관과 주 공공기관에서 DEI 정책을 퇴출시키는 것이 골자다. 공공기관의 각종 프로그램에 '다양성'이나 '형평성' '포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NYT에 따르면 유타주를 포함해 텍사스와 노스다코타, 노스캐롤라이나 등 8개 주에서 DEI 금지법이 제정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