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엔대에 육박하며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2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4.85엔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4엔대 후반대로 떨어진 것은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7%로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를 웃도는 상승폭이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 그룹은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계 다국적 자산관리회사인 UBS 애셋 매니지먼트는 달러화 가치가 통상적인 수준에 비해 현재 20%가량 오른 상태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는 연말 이전에 달러화 약세를 예상했다가 오는 2025년까지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급히 바꿨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경제의 강세로 인해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장기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도 “미국 예외주의가 퇴조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는 한 달러화 장기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경제 성장에 견줄 만할 경쟁 국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달러화의 장기 강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는 25일에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에 따르면 1분기 GDP 증가율 예비치는 연율 2.2%다. 작년 4분기 GDP 증가율 확정치는 연율 3.4%였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조사를 토대로 1분기 예상치가 2.7%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3년 연간 성장률 확정치는 2.5%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환율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미·일 3국 재무부 장관이 급격한 원화와 엔화 가치 하락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17일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첫 3국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뒤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3국 재무장관들은 최근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밝혔다.
원화 가치 낙폭은 연준이 달러 지수를 산출할 때 활용하는 주요 교역국 26개국 중에서 일곱째로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 7%가 내려간 한국보다 통화가치가 더 크게 하락한 나라는 칠레(10.0%), 일본(9.8%), 스웨덴(9.0%), 스위스(8.5%), 브라질(8.1%), 아르헨티나(7.6%)다. 유로존(3.7%), 영국(2.3%), 호주(5.8%) 등도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154엔대 후반까지 올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