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5.38엔까지 떨어지며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도했다. 일본 경제 관련 조사업체인 QUICK이 지난 15일 발표한 월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2%는 다음 금리 인상이 10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8%는 9월 금리 인상을 전망했고, 4월 금리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일본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엔화 가치는 3월 회의 이후에도 달러당 약 5엔 정도 추가 하락했다.
일본은행은 현재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 조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행 소식통은 닛케이에 "임금과 물가 상승 사이의 사이클이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크게 끌어올릴 경우 일본은행이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엔화 약세로 고심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우에다 총재는 그러나 23일 의회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2%를 약간 밑돌고 있다"면서 현재 시점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개입보다 금리 인상이 효과적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55엔을 돌파한 만큼 언제든 일본은행의 달러 매도 개입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환시 개입보다는 금리를 인상하는 카드가 더 효과적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인터치 캐피털 마켓의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인 피오트르 마티스는 블룸버그에 “깜짝 금리 인상이 외환 개입보다 훨씬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가능성은 낮은 시나리오지만, “타격을 입은 통화를 안정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금리 인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4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인 루피아화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깜짝' 인상했고 루피아화는 달러 대비 반등했다.
일본은 2022년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151.95엔까지 하락하자 세 차례 시장 개입을 통화 환율 방향을 돌려놨다.
다만 당시에는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고점에서 되밀리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개입 효과가 극대화된 바 있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블룸버그에 “2022년 9~10월 (일본의) 개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금리의 정점과 일치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그렇게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가 정책회의에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수 있지만,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추가 상승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채 매입 중단 시기에 촉각
이번 정책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은 낮은 가운데 시장은 국채 매입 중단 시기와 관련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은 3월 회의 시점보다 약 15bp 상승하며 23일 거래에서 0.88%대로 올랐다. 일본은행 소식통은 닛케이에 "장기 금리 상승이 엔화의 추가 약세를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회의 이후 우에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양적·질적 완화에서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복귀했다고 밝혔지만, 일본은행은 당분간 종전과 비슷한 속도로 일본 국채를 계속 매입할 계획이다.
우에다 총재가 국채 매입 축소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할 경우 엔화 가치의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일본은행은 이번 회의 이후 경제 활동과 물가에 대한 분기별 전망도 발표할 예정이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일본은행의 2026 회계연도 전망치도 포함될 예정 속에 닛케이는 2026 회계연도 CPI 상승률 전망치가 약 2%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