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대선 이전에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 재무부가 돈 풀기에 나서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하고, 금융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경제 전문지 배런스는 27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대선 이전에 2000억 달러(약 275조8000억 원) 가량을 금융 시장에 풀 것으로 월가의 전략가들이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4월 15일이 소득세 납부 시한이다. 이날까지 개인과 기업이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 하기에 미 재무부 계정에는 일시적으로 막대한 현금이 쌓인다. 배런스는 TGA에 24일 기준으로 9300억 달러가 쌓여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재무부의 기준치인 7500억 달러를 훨씬 넘는 액수이다. 배런스는 재무부가 이 계좌에 있는 남은 자금을 대선 전에 시중에 풀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채권을 매각해 시중의 달러화를 흡수하는 정책이다. 이는 금리 인상처럼 경기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낸다. QT는 연준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중앙은행이 QT를 시행하면 시중 유동성이 축소돼 금리가 상승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연준이 내년 초까지 양적 긴축을 완전히 끝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19, 20일에 열린 FOMC의 의사록 따르면 QT 속도 둔화(테이퍼링)를 꽤 빨리(fairly soon) 개시하고, 그 속도를 현재의 대략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 금융시스템의 초과 유동성 가늠자로 여겨지는 연준의 역레포 잔액이 미국 세금 납부 시즌을 맞아 연일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연준의 역레포는 연준이 미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다. 역레포 계정 잔액이 소진되면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영향을 미친다. 실질적인 유동성으로 간주되는 지급준비금은 그간 연준의 양적 긴축 과정에서 역레포 계정의 완충 역할을 했다.
연준이 시중 유동성 흡수를 위해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자산 매각을 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 대부분을 역레포 계정 속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감당해 왔다.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는 잉여 현금을 가진 금융기관이 연준에 돈을 맡기면 우량 채권으로 받아 여기서 나오는 이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채권 상품이다. 역레포가 많으면 연준의 자본 조달이 그만큼 쉬워지고 미국 국채 시장에서 충격 흡수 역할도 한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지난 15일 실시된 역레포 입찰에 62개 기관이 참여해 총 3271억달러를 역레포에 예치했다. 로리 로건 미국 댈러스 연은 총재는 최근 역레포 잔고가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면 자산 축소 속도를 늦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로건 총재는 중앙은행이 시스템에서 너무 많은 은행 준비금을 고갈시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