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열리는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과 패한 도널드 트럼프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또다시 나서 리턴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세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에게 있다. 즉 가능성이 크진 않아 보이지만 11월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만약 패할 경우 과연 선거 결과에 승복할지 여부다.
미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으로서 네 차례나 기소를 당한 트럼프의 혐의 가운데 하나가 2020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오히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것이라서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패할 경우 트럼프가 승복할지가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트럼프 “모든 것이 공정했다면 승복하겠지만…”
3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더뉴리퍼블릭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일 위스콘신주 지역 일간지인 ‘밀워키 저널 센티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천기누설에 가까운 언급을 해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많은 언론이 궁금해했던 사안에 대해 트럼프가 사실상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11월 선거에서 또 진다면 결과에 승복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승복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모든 것이 공정하게 치러졌다면”이라며 조건을 달았다. 모든 것이 공정하게 진행됐다면 기꺼이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트럼프는 “물론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발언의 ‘행간의 의미’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공정하다면 받아들이고 공정하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얘기였지만 실제로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인지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대선에서 이미 불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뉴리퍼블릭이 “엄청난 전제조건을 붙인 답변”이라고 해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공정했다면’이라는 조건을 단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자신이 판단하면 얼마든지 불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는 것.
바꿔 말하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전례에 비춰볼 때 대선 결과가 공정했는지, 불공정했는지는 결국 본인의 판단에 달렸다는 얘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심지어 트럼프는 제2의 미 의사당 점거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최근 한 바 있어 주목된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한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결과에 대한 승복 문제와 관련해 질문을 받고 “만약 또 패한다면 내 입장은 얼마나 선거가 공정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타임은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차기 대선에서 또 질 경우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부정선거 주장을 해 폭력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